하반기 회복을 바라보던 우리 경제에 기록적인 가뭄과 노동계의 연대파업으로 '적신호'가 켜졌다. 또 현대건설과 대우자동차, 하이닉스반도체, 현대투신증권, 쌍용양회등 우리경제에 파장이 큰 5대 현안기업의 처리도 임박해 이달이 경제회생 여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 하강세에 접어든 우리경제는 올들어서도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1분기 경제성장률이 3.7%로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소비자기대지수와 기업실사지수 등 경기지표들도 호전되면서 2분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가뭄이 장기화돼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노동계의 연대파업까지 발생하면서 이같은 기대가 무색해지고 있다. 가뭄이 이달내내 지속될 경우 흉작이 불가피하고 이렇게 되면 간신히 급등세를 멈춘 물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또 연대파업이 장기화되면 해당 사업장의 생산과 매출에 차질이 생겨 당장 이달 산업생산동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같은 노사불안은 5대 현안기업의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자칫 이들의 회생을 좌우할 외자유치도 불투명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 가장 걸림돌로 꼽는 것이 노사불안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논리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당장 GM(제너럴 모터스)와 AIG란 파트너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신증권, 그리고 해외로드쇼에 나선 하이닉스반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이렇게 급전하면서 이달 말 하반기 경제종합대책을 작성해야 하는 재정경제부도 난감해하고 있다. 물가급등세가 일단 꺾여 더 이상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안도하던 터에 가뭄때문에 다시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을 뿐 아니라 노사불안으로 현안기업의 외자유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우리경제가 제 2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마저 갖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진념(陳稔)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5개 경제부처 장관이 공동으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외환위기 이후 3년간 줄기차게 이뤄진 경제회생 노력이 한꺼번에 물거품이 되버리느냐, 아니면 일보 후퇴를 발판 삼아 이보 전진하느냐는 이제 전적으로 우리의 향후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