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가 내우외환의 2중고에 시달리면서휘청이고 있다. 고유가와 원화가치 하락, 영업환경 악화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2일 양사 노조가 민주노총과 연대 파업투쟁에 돌입함으로써 다시한번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항공 관계자들은 국내항공사들이 이번 파업으로 인해 막대한 영업손실을 감수할수 밖에 없어 올 하반기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한데다 대외신인도 하락까지 겹쳐 자칫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영환경 악화= 두 항공사는 이번 파업을 '짚을 들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천627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1.4분기 실적도 1천1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천561억원, 올해 38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올초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환율과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인한 임금인상, 영업손실까지 떠안게 돼 2년연속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파업에 따른 하루 손실액이 대한항공은 203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0억8천만원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는 서류상의 손실일뿐 승객이탈, 조종사 휴식시간(최소 12시간) 등을 감안하면 영업손실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고유가.고환율.과당경쟁= 12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26.77달러로 전날보다 0.28달러가 떨어졌지만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던 98년, 99년 18-21달러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비싼 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180억원의 추가비용이 지출된다. 달러당 원화 환율도 연초 1천150원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11일 1천288원까지 치솟아 당분간 고환율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항공기 도입 등으로 달러 수요가 많은 항공업계의 특성때문에 대한항공은 환율이 1원 오를때마다 26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3억원의 추가 부담을 안게된다. 두 항공사의 과당 덤핑 경쟁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중 하나다. 지난달초 아시아나항공이 자카르타노선에 취항하면서 50만원대였던 노선요금은 두 항공사의 저가경쟁으로 20만원대까지 떨어져 가격경쟁을 참다못한 인도네시아 가루다 항공이 노선수를 줄인 것이 단적인 예이다. ▲대책은= 항공업계가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노선정리, 합리적인 요금체계 구축, 공생체계이다. 업계 특성상 인력투입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양사의 서비스 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지점확대, 과다한 승무원 탑승은 경영의 부담이 되고 있고 적자투성이인 국내외노선을 정치적인 이유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양사가 소모적인 경쟁을 뒤로 하고 합리적으로 노선을 배분하면서 지점 및 인력운영에서 전략적 제휴를 꾀하는 지혜로운 결단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두 항공사 사이에서 단기적인 처방만을 내놓고 있는 건설교통부도 구태의연한 항공정책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국적항공사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