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정부나 민간에서 무슨 통계치만 발표하면 "경기 저점 찍었나"라는 논쟁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생산지수 소비자기대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 수출입실적 등 여러 통계지표들이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어 정확한 경기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실 경기저점.정점은 "사후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며, 이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할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 98년 8월을 경기저점으로 설정한 것은 작년 3월. 저점을 공식 발표하는 데만도 19개월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 판단을 마냥 미룰 수 없는 법. 국민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기 움직임을 사전에 예측해 알맞은 조절정책을 실시하는게 중요하다. 경기 움직임을 파악하는 개별 경제지표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내총생산(GDP). 우리나라에선 전년동기비와 전기비 증감률을 사용한다. 전년동기비는 GDP 원통계(原統計)를, 전기비는 기후 명절 등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계절변동 요인을 원통계에서 제거한 계절변동조정통계를 이용한다. 계절변동조정통계를 활용하는 것은 전년동기비 증감률만으로 경제현상을 분석하면 경기국면 전환시점에서 통계의 "착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2.4분기와 3.4분기 전기비 성장률은 각각 -2.2%, 0.3%. 전기비 성장률은 마이너스일때 경기 하강국면(정점에서 저점까지),플러스일때 상승국면(저점에서 정점까지), 0일때 경기전환국면(저점 혹은 정점)을 나타낸다. 전기비 성장률이 0을 지나는 시기가 실제 경기저점이었던 98년 8월과 일치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기비 성장률은 경기전환점에 대해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반면 전년동기비 증감률은 경기상황에 대해 다소 지연된 정보를 보여줘 경기전환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전년동기비로는 98년 4.4분기가 -5.9%, 99년 1.4분기가 5.8%를 기록, 실제 경기저점 발생시기보다 약 2분기 뒤인 99년 1.4분기가 경기전환점인 것처럼 나타났다. 이런 착시현상은 경기국면 전환시점에서만 일어나는게 아니다. 외환위기 발생 당시인 97년 4.4분기 전기비 성장률은 그 충격이 곧바로 반영돼 0.6% 감소했지만 전년동기비로는 3.6% 증가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전기비 성장률은 빠르게 회복했지만 전년동기비는 다소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였다. 99년 1.4분기 이후 전기비 성장률은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증가세는 한풀 꺾여 경기가 여전히 상승국면이지만 그 속도는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전년동기비 성장률은 급증하고 있어 실제 경기 변화의 속도를 감지하기 힘들다. 미국 일본 등은 전기비 연율(전기비 증감률을 추세적으로 1년간 연장)을 연간 경제활동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그러나 증감률 절대수준이 미국 일본보다 높고 경제구조도 불안정해 전기비 연율 변동기복이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전년동기비를 주지표로 사용해 연간 증감률 수준을 파악하고 전기비 증감률은 보조지표로 경제의 단기적 흐름을 파악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