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산업자원부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공동으로 21세기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인 "TNK(Totally New Korea) 프로젝트"를 연중 기획 사업으로 추진중이다. TNK 프로젝트는 일류국가 진입을 위해 꼭 필요한 기업 경쟁력의 지속적인 강화와 세계 최고 수준의 상품 브랜드 및 디자인 가치 확보,그리고 국가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을 일차 목표로 삼고 있다. 나아가 국민 의식의 선진화와 생활 방식의 국제화를 종합적으로 이뤄가는 범국민 혁신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TNK를 국가경쟁력혁신운동 차원에서 펼쳐야 한다는 지론을 펴온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을 만나 무협의 계획과 향후 추진 플랜 등을 들어봤다. ▲김 회장께선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상품의 품질 경쟁력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기업 브랜드나 국가 이미지 경쟁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자주 얘기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눈에 보이는 자산이 모두였지만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 더 중요해 졌습니다. 상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품질 자체보다는 이미지가 중요한 게 현실입니다. 어느 나라 제품 또는 어떤 브랜드냐가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산 제품 못지않은 상품을 만들어 팔지만 값은 대부분 15∼20% 낮습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낮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품의 품질 수준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보면 됩니다. 총체적인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상품 따로,국가 이미지 따로여서는 치열한 국제경쟁을 헤쳐 나가기 어렵습니다. 또 지금 세계는 국내와 국외가 따로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전세계를 연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외 언론 매체를 통해 그날 일어난 뉴스는 곧바로 지구촌으로 확산되지요. 폭력적인 노사분규는 곧바로 한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이는 결국 우리 수출상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전쟁과 분단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폭력 시위 장면이 외신에 보도되면 다른 좋은 이미지를 아무리 홍보해도 소용없습니다" ▲동원그룹을 이끌어가는 최고 경영자로서,또 무역업계를 대변하는 무역협회 회장으로서 이른바 글로벌 경쟁시대 국가 이미지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수출은 상품과 함께 기업브랜드와 국가이미지를 함께 파는 것입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경제 규모에 걸맞은 수준에 올라있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포항제철과 같은 우량기업은 일본의 소니나 신일본제철에 비해 훨씬 많은 순익을 내면서도 신용등급 면에서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이미지가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무역.투자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 방문에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 "중국은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한.중 교역에서 우리가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처럼 우리가 경쟁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자신해서는 곤란합니다. 앞으로 양국간 교역에서 적자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중국과 등을 돌리고 살 수는 없습니다.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죠. 따라서 중국과 한국은 하나의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TNK는 그래서 의미가 큽니다. 일본과 중국이 서로 동북아지역에서 패권을 가지려고 하는데 우리로서는 나름대로 창조적인 역할과 위상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데도 국가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듯한데요. "한 중국 친구는 한국에 가면 한자 표기가 없어 도로 표지판도, 음식점의 메뉴판도 읽을 수 없다고 불평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의 60%가 한자권 국가 출신이지만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개선되지 않고 있지요. 사회 전반의 국제화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자 교육을 서둘러 강화해야 합니다. 한자 교육을 포기하는 건 우리의 2세들을 세계의 고아로 만드는 겁니다. 한자는 중국 일본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까지 어느정도 의미가 통용되는, 가장 많은 인구가 쓰는 글자입니다" ▲지난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빠르게 시장 개방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내면은 여전히 옛날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중국에서 황사가 날아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개방화와 세계화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외형적인 개방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세계화된 한국을 이루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중국의 산업화 바람입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근본에서부터바꿀 건 바꿔야지요. 이를 위해선 국가 전체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을 짜야 합니다. 2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대계(大計)가 필요합니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년, 3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 발전 전략이 없습니다. IT(정보기술)분야만 하더라도 정부는 적극적인 육성을 강조하지만 분명한 비전을 토대로 한 구체적인 육성책은 없습니다. 국토개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영국 뉴질랜드 등은 관료 시스템부터 탈바꿈시켰습니다. 우리도 이같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경우 주민이 줄어도 담당 공무원 수는 줄지 않는게 관행이 돼있습니다. 또 필요에 따라 특정 정부조직을 새로 만들면 옛 조직은 없애야 하는데 그런 경우도 드문 게 사실입니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 지도층이 한데 모여 진지하고 솔직하게 국가 장래를 논의하고 분명한 결론을 토대로 그랜드 디자인을 만들어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