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강수입 규제조치를 취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함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수요가 부진, 가뜩이나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이 수입량 쿼터제를 실시하거나 관세를 올릴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철강협회 김성우 통상팀장은 "부시 행정부의 강경입장 선회에 따라 철강 제품을 둘러싼 무역마찰이 '철강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그에 따라 국내 철강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려했다. 미국이 통상법 201조를 발동, 수입 물량을 제한할 경우 한국은 대미 철강수출을 5년전인 지난 97년 이전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지난해 대미 철강수출은 2백30만t에 달했으나 97년엔 1백33만?에 그쳤었다. 무려 1백만t 가량을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품목별로는 핫코일이 연간 70만∼80만t으로 가장 많다. 모두 포철이 실어내는 물량이다. 포철은 지난해 6백42만t의 철강재를 수출했으며 이 중 10% 정도를 미국으로 내보냈다. 대부분 미국 현지법인인 UPI에 냉연강판의 원료로 제공하는 물량이다. UPI는 포철이 미국의 대표적 철강업체인 US스틸과 함께 지난 86년 50 대 50의 지분으로 설립한 회사다. 포철 관계자는 "정부는 물론 일본 등 해외 업체와 공동 보조를 맞춰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며 "한국산 철강재의 대미 수출이 현지 수요업체의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UPI에 공급하는 물량은 미국의 수입제한조치에서 예외 적용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예외 적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수입 물량을 제한하면 주요 시장인 유럽연합(EU) 중국 동남아에 대한 국내 업계의 수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