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도봉" 서울 도봉구가 지난 99년 1월 22억여원의 자본금을 들여 세운 회사다. 양돈 및 장례식장 사업 등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한 이 회사는 지금 파산 일보직전이다. 양돈사업은 작년 8월에 이미 중단했고, 장례식장 사업도 지금까지 3억1천3백여만원의 적자를 누적시키는 등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강원도 철원군이 지난 96년 2월 자본금 31억여원으로 설립한 '철원 농.특산물 유통공사'. 행정자치부는 만성 적자에다 민간기업과 비슷한 업종의 이 회사를 민영화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철원군은 들은 척도 안했다. 도리어 이 회사가 주유소 편의점 사업 등에 진출하는데 융자금과 보조금 25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재정자립도가 11%에 불과한 철원군이 재정을 스스로 악화시키는 행위를 한 셈이다. 대구광역시가 97년 정보통신용역사업을 위해 설립한 (주)대구종합정보센터. 이미 대구 일대에서만 32개의 동종업체가 활동하고 있어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설립을 강행한 결과 적자만 잔뜩 쌓아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요 주주로 있는 지방 공기업의 경영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지자체가 출자.출연하거나 직접 운영 중인 지방 공기업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가 지난 4월말 국회에 제출한 '지방공기업 결산 현황(기초자치단체 산하 지방공기업 제외)'에 따르면 광역 지자체 산하 지방공기업 84개사중 절반인 42개 공기업이 지난해 1년 동안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손손실 총액은 8천7백89억원에 달했다. 84개 지방공기업이 떠안고 있는 총부채는 9조3천2백84억원. 이들이 파산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자체로 넘어 오게 돼 지방재정 위기의 불씨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공기업은 경영주체나 형태도 다양해 개혁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일부 지자체들은 99년 4월 지방공기업법 개정으로 지방공사.공단의 설립 인가권이 행자부 장관에서 지자체장으로 이양된 점을 악용, 지자체에서 구조조정된 인력을 지방공기업에 흡수하기도 한다. 지방공기업은 일단 설립되고 나면 제아무리 부실이 누적돼도 쉽사리 정리되지 못한다. 선거로 선출된 지자체장이 "표심(票心)"을 의식하지 않고 지방공기업을 "자발적으로" 없앨리 만무한 탓이다. 행자부 공기업과의 송영곤 과장은 "지방공기업들이 경영개선 노력을 게을리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퇴직금 누진제 등 문제가 드러난 지방공기업에는 개선 권고를 하고 있지만 노사 단체협약 사항이란 핑계를 대며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 98년에 지방공기업을 감사한 뒤 무리한 주택단지사업으로 8억원 가까이를 낭비한 경북 청도지역개발공사에 대해 청산 등 정리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나서도 청도지역개발공사는 버젓이 운영되다 4월말 감사원 감사에서 또 다시 청산 권고를 받기도 했다. 행자부는 지난해 부실 지방공기업을 정리하기로 하고 연말까지 안성축산진흥공사 철원농특산물유통공사 등 3곳을 민영화키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중 2개 기업은 아직도 구입주체가 없다는 이유로 부실 상태로 계속 연명해 나가고 있다. 공단은 조성했으나 미분양으로 놀고 있는 산업단지도 있다. 광주 첨단과학산업단지는 사업성 등 입지 조건보다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조성됐다. 그러나 분양이 시작된지 5년이 된 지금도 분양실적은 미미하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2백여만평 토지의 용도를 갑작스럽게 변경, 공장용지는 45만평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주택용지나 상업용지로 바꿨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국민의 혈세로 설립.운영되는 공기업이 이처럼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사후 적발 위주로 돼있는 현행 감사제도를 사전 지도 방식으로 바꾸는 등 중앙정부 차원의 보다 엄정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