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TNK(Totally New Kore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라와 기업이미지를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이번 좌담회에는 홍보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미국 메릴랜드대 제임스 그루닉 교수와 부인인 라리사 그루닉 교수가 참석했다. 또 홍보분야 세계최고 자격증인 APR(Accredited Public Relations)을 국내에선 처음으로 획득한 김장열 코콤포터노벨리 사장이 자리를 같이했고 신호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 참석자 ] 제임스 그루닉(James E. Grunig) <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 라리사 그루닉(Larissa Grunig) <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 김장열 < 코콤포터노벨리 사장 > 신호창 < 사회.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커뮤니케이션 전략센터 소장) > --------------------------------------------------------------- △ 신 교수 =한국경제신문은 '세계일류를 키우자'는 슬로건 아래 TNK 프로젝트를 연중 기획사업으로 발족시켰습니다. 국가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노력이 필요할텐데요. 우선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어떤지와 노벨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의 이미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죠. △ 제임스 그루닉 =미국인들의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한국 관련 뉴스를 접할 기회가 매우 부족합니다. 따라서 좋은 이미지든 나쁜 이미지든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갖는 것 자체가 어렵죠.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상 수상과 북한과의 평화적인 관계 구축 등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 라리사 그루닉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의 정치 상황을 자세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김 대통령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헌신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 신 교수 =실제로 NBC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의 유수한 언론들이 95∼97년까지 3년동안 보도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한국 관련 보도 자체가 매우 적었습니다. 결국 한국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생기지 못한 셈이죠. 한국에 와서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 제임스 그루닉 =길거리 모습만 봐서는 마치 미국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특히 서울은 뉴욕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다만 현대자동차의 새 모델이 뉴욕보다 더 많다는 정도가 다른 것 같습니다. △ 라리사 그루닉 =미국에서 한국 유학생들을 통해 간접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와보니 중국보다 한국이 훨씬 현대화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마케팅을 할 때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단일 민족으로 이뤄진 한국에서는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 신 교수 =한국의 소비자들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언론에 노출되면 실제로는 좋은 기업이더라도 쉽게 망해 버립니다. △ 제임스 그루닉 =기업의 이미지는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에서 만들어지기가 쉽습니다. 미디어들이 부정적인 뉴스와 관련해서 개별 기업에 대해 주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기업들은 부정적인 뉴스가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특정 사안이 기업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미리 고려해 일을 시작할 때부터 체계적인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 신 교수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는데요. △ 제임스 그루닉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아는 뉴스는 외환위기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정도입니다. 외환위기의 회복과정은 해외언론에서 전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만을 기억하고 있는 셈이죠. △ 라리사 그루닉 =국가 차원에서든지,개별 기업 차원에서든지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기본 요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좋은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한때 현대자동차를 사면 고장이 잦아서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대가 10년이라는 장기간 품질 보장을 내세우면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었습니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오랜 기간동안 자신의 제품에 대해 보장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기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죠. △ 김 사장 =한국 기업에는 홍보(PR)뿐 아니라 IR(투자자 홍보)도 중요합니다. 미국 월가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노출빈도가 대만 기업들보다 더 못한 실정입니다. 대만 기업들은 10여년전부터 기업 뉴스레터를 애널리스트들이나 언론사에 보내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최근엔 한국의 대기업들도 어느 정도 이같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의 활동 방식은 홍보나 IR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현지 지사장이 직접 나서서 이리뛰고 저리뛰는 비효율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현지 전문가를 활용해서 현지인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 제임스 그루닉 =맞습니다. 나라마다 미디어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 전문가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신 교수 =홍보 마인드가 없는 사람을 해외에 내보내니까 현지에서 홍보 대행사를 쓰더라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파견하기 전에 홍보의 기본이라도 교육해서 내보내야 합니다. 지난해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서 삼성은 홍보 대행사를 잘 활용한 덕분에 해외 언론의 보도횟수가 1천5백여회나 됐습니다. 이는 단 한차례 행사에서 10년에 걸쳐 올릴 보도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 제임스 그루닉 =AT&T를 거쳐 크로스오버 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한 프랭크 오바잇은 기업이 해외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사업 목적에 맞는 홍보 대행사를 찾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국가별로 다른 미디어 환경과 비즈니스 관행에 적합한 대행사를 골라야 한다는 뜻이죠. 일본 미쓰비시가 미국 일리노이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일본인 직원이 미국인 직원을 성추행했다가 5년이 넘도록 미디어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의 국가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일리노이 공장의 책임자는 일본인이었습니다. 그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미쓰비시는 위기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지 홍보 전문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은 것입니다. △ 신 교수 =월드컵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가이미지를 위해서도 월드컵은 좋은 기회가 될텐데요. 지난 88년 서울 올림픽때 미국 언론이 뽑은 한국 관련 10대 뉴스에는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아니라 한국의 복싱선수가 판정에 항의해 1시간이 넘게 링위에서 항의했다는 것이 들어갔습니다. △ 라리사 그루닉 =제가 만일 월드컵 홍보 담당자라면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홍보와 함께 개인적인 차원의 접촉을 통한 홍보를 강화하겠습니다. 개인을 통한 홍보의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 신 교수 =맞습니다. 월드컵 준비와 관련 해외홍보관, 해외 진출 기업, 교민들을 연결시켜 각자가 개인적인 접촉 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나눠 맡아야 합니다. 또 월드컵에 참여하는 실무 운영진들도 해외 언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 김 사장 =월드컵은 기업 홍보를 위한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국 축구가 16강에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월드컵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기업과 국가이미지가 동시에 한단계 올라서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홍보는 기업 및 국가의 투명성과 정보의 진실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해외언론을 상대할 때는 투명성과 진실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한번 신뢰를 잃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죠.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