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책충돌이 문제가 됐을 때에는 선진국간 또는 관련 부처간 타협으로 경제현안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해 왔다. 80년대 들어 미국의 강한 달러화 정책에 따라 세계 각국간 국제수지 불균형이 심화되자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를 통해 세계경제 안정을 회복했다. 플라자 합의 정신에 따라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돼 엔화 강세를 유도함으로써 국제수지 불균형이 크게 개선됐다. 94년말에는 멕시코 대통령이 살리나스에서 세디오로 바뀌면서 당시까지 고평가된 페소화 가치를 23% 평가절하함으로써 페소화 위기가 발생했다. 그 결과 이듬해인 95년 4월18일 도쿄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가치가 79엔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폭락,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이때 합의된 선진국간의 역플라자 정신(anti-plaza agreement)에 따라 인위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부양시켰던 것이 국제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각국이 내부적으로 정책충돌 현상을 빚었을 때도 궁극적으로는 관련 부처간 타협에 의해 현안을 극복해 왔다. 주목할만한 것은 부처간 타협이 이뤄질 때에는 경제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정책우선 순위가 명확하게 정해졌다는 점이다. 결국 최우선 목표가 우선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가 힘을 모았기 때문에 타협을 통해 경제현안 해결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최근의 경우 각국의 경제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세계경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간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공통된 정책수단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는 데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정책여지마저 매우 좁은 상태다. 미국도 금리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인하함에 따라 정책여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결국 이런 점이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의 앞날을 낙관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