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생산이 늘어야 한다. 생산이 늘기 위해서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이 생산에 필요한 생산요소가 많아지거나 이들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결합하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생산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벤처기업들이 지식형 기술발전을 주도하는 오늘날 경제발전을 위한 논의에서 기술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이들 벤처기업들에도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인력의 지속적이고도 원활한 공급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볼 때 벤처기업들은 높은 기술력과 직접금융시장과 같은 공적자본시장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두 세기 전 영국에서 시작됐던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획기적 경제변혁의 시기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음은 놀랍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업혁명 당시 공업부문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됐고 이들 기술발전이 경제 발전을 주도했다. 그러나 당시 첨단 기술을 갖갖고 공장제라는 새로운 방식에 따라 생산을 담당했던 기업들은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들 기업이 생산을 확장하면서 투자했던 돈은 대부분 자신의 이윤을 재투자(plow back)한 것이었고 그밖에 부족한 돈은 가족 친지나 친구 등 이른바 사적 자본시장에 의존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한 설득력있는 해석 가운데 하나가 기업과 자금원 사이의 비대칭정보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의 기술혁신이 진행됐다면 기술을 소유한 생산자와 자본을 소유한 투자가들 사이에 기술에 대한 정보가 불균형해질 수 밖에 없다. 기업가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투자자들일수록 기술력과 기술력의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을 것이고 그럴수록 돈 대기를 꺼렸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가들은 자신이 확보한 이윤을 재투자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선택이었고 부족한 것은 주변의 사적 자본시장에서 얻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벤처기업들을 돌아보자. 한때 자신과 주변의 사적 자본시장에 의존했던 벤처기업들은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으나 이내 거품논쟁에 휘말리며 일거에 자금난을 겪는 상황반전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 높은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벤처기업들이 거품논쟁의 소용돌이에 빠진 것은 바로 기술과 기업경영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에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벤처기업가들의 비도덕적 행위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이같은 정보불균형의 간극은 더욱 커지고 그만큼 벤처기업들의 어려움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 한국외대 교수 tsroh@maincc.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