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단일통화인 유로가 최근 하락을 거듭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하지 않으면 출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폭락할 가능성이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로가치는 지난주부터 달러에 대해 지난 6개월래 최저수준 경신을 거듭한 끝에 5일 유럽외환시장에서 0.8420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로는 4일 밤 국제외환시장에서도 0.8458로 떨어지는 등 세계경기침체 조짐이 나타나면서 하락하기 시작한 유로가치가 0.82달러에 육박한 지난해말 수준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유럽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기습적인 시장 개입이 없으면 유로는 사상 최저선으로까지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로는 지난해 10월 0.8230달러까지 급락했다가 미국 경기연착륙 실패로 인해 유럽과 미국의 성장격차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0.95달러까지 올라갔었다. 외환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급랭하는 데 비해 유럽 경제는 견실한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올해 중으로 유로가 달러와 등가를 기록하고, 나아가 1달러 이상 호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침체가 유럽 경제성장 전망을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뜨리고 유럽주식 시장을 위축시키면서 유로가 다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유로 약세는 유로권 경제 당국자들의 외환시장 불개입 방침 표명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로권 12개국 경제장관 모임 의장인 디디에 랜더스 벨기에 재무장관은 4일 현 유로환율은 "우려사항이 아니다"고 말했으며 칼 하인츠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시장 개입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지만 지금 그것을 고려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은 막대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필요할 때 개입할 수 있다"며 ECB의 시장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에른스트 벨테케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의 최근 발언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에른스트 총재의 발언 이후 유로는 4일 오전 국제외환시장에서 0.8538달러로 올라갔으나 랜더스 장관 등의 발언로 유로는 이날 오후 다시 0.8458달러로 곤두박칠쳤다. ECB가 12개 회원국 중앙은행으로 구성됐다는 특성으로 인해 회원국 당국자들에 따라 서로 상충되는 정책 발언이 나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비해 ECB의 외환, 통화 정책이 일사분란하게 수립,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유로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