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64메가 및 1백28메가 D램이 연일 사상 최저가를 기록하며 추락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D램 가격 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IT(정보기술) 산업의 거품 붕괴에 있다. IT 부문의 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데 비해 대만 업체 등의 설비 확장에 따라 공급은 되레 크게 증가, 수급 구조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 반도체 업계는 그러나 IT산업의 성장추세 자체가 무너진 것이 아닌데다 가격이 최저점을 형성하고 있어 약간의 수요 증대에도 강력한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델과 컴팩 등 메이저 PC메이커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PC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리고 있어 PC 판매 증가와 함께 D램 수요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데스크톱 PC의 경우 생산원가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4분기 8%대에서 올해 1.4분기에는 2%대로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D램 가격이 더 이상 PC업계에 부담이 되지 않고 있어 PC 대체수요가 확대될 경우 자연스럽게 가격 상승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는 이에 근거, PC의 계절적 수요가 뒷받침되는 3.4분기 말에는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오는 10월을 전후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X박스 등 신규제품 시판,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본격적인 성장 등 수급개선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IT 경기가 되살아나더라도 D램 가격의 즉각적인 반전은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PC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펜티엄4급' 이상의 신규 제품에 대한 수요가 몰려 램버스 D램과 같은 차세대 반도체가 먼저 '햇빛'을 보게 돼 기존 제품의 반등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D램에 대한 메이커들의 수요가 이미 상당히 축소된 상황"이라며 "D램 업체들은 IT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상당기간 뒤에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