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경제활동의 흐름을 뜻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기는 확장→후퇴→수축→회복이라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데 이를 경기순환(business cycle)이라고 한다. 전반적인 경기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데는 생산 투자 고용 등 경제 각 부문의 동향을 잘 반영해 주는 개별 경제지표들을 선정,이를 통계적으로 가공.합성한 종합경기지표가 활용된다. 대표적인 종합경기지표는 경기종합지수(CI.composite index). 통계청이 지난 81년 3월부터 매월 편제하고 있다. 통계청은 1970년대 이후 기간을 대상으로 기준순환일(경기의 정점 및 저점이 발생한 시점)을 공식적으로 결정, 발표해 오고 있다. CI는 기준순환일에 대한 시차(時差)에 따라 선행.동행.후행종합지수의 3개군(群)으로 나뉜다. 선행지수는 비교적 가까운 장래의 경기동향을 예측하는 지표로 통화량 기계수주액 등으로 구성된다. 동행지수는 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산업생산지수 도소매판매액지수 등이 쓰인다. 경기의 변동을 사후에 확인하는 지표인 후행지수에는 실업률 생산자제품재고지수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70년대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선행지수가 정점에 도달한 뒤 평균 1년 후, 저점을 찍은 뒤 평균 4개월 후에 각각 실제 경기정점과 저점이 온 것으로 나타난다. CI 구성지표는 각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건설업 비중이 높아 건축허가면적과 건설용 중간재 생산지수 2개를 선행지표에 포함시켰지만 미국에선 개인주택허가지수 하나만 선행지표로 사용한다. 미국에선 장단기금리차(10년만기 국채수익률-연방기금 수익률)가 선행지표에 들어가지만 한국은 과거 금리를 인위적으로 규제했고 통화정책의 중간목표도 금리가 아닌 통화량을 채택했던 탓에 회사채수익률을 후행지표 구성 지수로 넣었다. 미국에서 선행지표로 사용되는 소비자기대지수는 한국에선 지수편제를 시작한 지 3년이 채 안돼 선행지표에 끼지 못했다. 한국은 고용관련 지표중 입직.이직자수(선행) 노동투입량(동행) 비농가 실업률.상용 근로자수(후행) 등 단순한 통계지표를 사용한다. 반면 사회보장체계가 잘 발달돼 있는 미국은 주평균 신규 실업수당 신청수.제조업 주평균 근로시간(선행) 비농업 근로자수(동행) 제조업단위 임금변화율·평균 실업기간(후행) 등 세분화된 지표를 활용한다. 미국에선 월별로 소득파악이 가능해 개인소득을 동행지표로 사용한다는 점도 한국과 다르다. 경제구조가 변하면 개별 경기지표의 경기대응성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통화정책의 운용목표로 바뀌면서 경기선행적 성격을 갖게 됐다든지, 수출신용장(LC) 방식의 수출비중이 30% 정도로 떨어져 LC내도액이 선행지표로서의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 따위가 그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구성지표나 합성방법을 바꿔 경기지표를 개편해야 한다. 통계청은 내년말께 개편된 CI 구성지표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