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금융당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퇴출" 쪽보다 "회생가능 기업 지원" 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살릴 기업은 살린다"는 분위기가 잡혀가는 중이다. 채권단도 적극적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계속하더라도 경영 실적이 좋으면 경영 자율성을 크게 확대해 준다는 것이 채권단의 새로운 기류다. 자립 기반이 확보된 기업은 채권단 자율합의로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시킨다는 방침도 섰다. 워크아웃 제도의 도입 취지를 감안할 때 조기졸업 기업이 다섯개씩이나 배출되면 금융시장 분위기가 크게 활력을 띨 수 있는 소위 "선순환" 가능성도 기대되는 상항이다. ◇ 졸업 및 퇴출대상 명확히 구분 =현재 워크아웃중인 35개 기업 가운데는 옥석이 뒤섞여 있다. 이 중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을 가려 정상 기업으로 회생시켜 준다는 것이다. 워크아웃에서 벗어나면 채권단이 파견한 경영관리단도 철수한다.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해 준다는 것. 기업 입장에서는 워크아웃 멍에에서 벗어나면서 신인도가 올라가고 주가도 상승할 수 있다. 대신 워크아웃을 졸업하면 이자 감면이나 채무 면제, 상환 유예와 같은 보호 울타리는 없어진다. 현재 5개 기업이 조기졸업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전체 채권단의 75%가 찬성해야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막바지 단계에서 숫자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 아직은 부실기업이 많다 =대우계열사 13개를 제외한 22개 워크아웃 기업중 지난해 17개 기업이 경상적자를 냈고 영업이익을 내지 못한 곳도 9개나 된다. 이들 22개 기업의 지난해 경상적자는 2조6천5백억원에 달한다. 자본잠식 규모도 전년에 비해 커졌다. 부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워크아웃 기업 가운데서도 부실이 심한 곳은 법정관리 등의 과정을 거쳐 청산, 정리될 수밖에 없다. 퇴출 대상은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이들은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를 거쳐 최근 파산 선고를 받은 동아건설과 같은 과정을 밟게 된다. ◇ 향후 전망 =금감원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을 무작정 껴안고 갈 수는 없다"며 "채권단이 경영 실적을 종합적으로 분석, 경영 자율성을 확대해 주되 실적에 따라 회사별로 단계적인 자율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경상이익과 영업이익 추이 △자구이행 실적 △현금흐름 등 경영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대한 처리는 '상시 구조조정' 하에서 채권은행들의 자율성을 평가할 수 있는 또다른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당국은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하는 기업이 몇개이냐에 따라 금융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