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사에게는 그들만의 삶이 있다. 항상 웃는 그들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애환이 자리잡고 있다. 좋든 싫든 수없이 많은 사람과 만나야 한다. 무례한 고객에게도 결코 웃음을 잃어선 안된다. 무관심과 냉소를 극복하지 않고선 결실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시련을 극복한 다음에서야 그들은 실력을 갖춘 프로영업맨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래도 요즘에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보험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면서 설계사들의 위상도 전문직종 종사자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해마다 4,5월께면 보험사들은 연도 대상식을 개최,지난한햇동안 열심히 활동한 생활설계사의 노고를 위로하고 다시한번 힘찬 출발을 독려하고 있다. 몇 해전만 해도 설계사의 대량도입 대량탈락의 악순환이 상존했다. 질적으로도 연고 모집이 많았던데 따른 결과였다. 당연히 보험영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생활 설계사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험사 스스로의 자정노력과 선별도입 강화,설계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등으로 어엿한 전문직업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희대 취업정보실과 월간 리쿠르트가 지난 4월 전국 남녀 대학생 6백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대학생 전문직 및 인기 자격증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여대생들은 정보검색사나 공인회계사 보다 생활설계사 자격증을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생활설계사들의 면면을 보면 젊은 고학력자가 많아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금년 4월말 기준으로 전체 설계사중 고졸이상 설계사 비율은 96.9%에 이르며 전문대졸 이상 설계사도 7.9%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보면 35세미만 설계사가 30.2%,40세미만이 51.6%에 달했다. 또 젊음과 패기,전문성으로 무장한 남성들의 진출이 눈에 띠는 것도 특이할 만하다. 이같은 움직임은 종신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외국계 생보사들로부터 시작해 지금은 국내 생보사들도 남성 프로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남성 설계사가 증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외국사를 제외한 12개 생보사의 월평균 소득을 조사한 결과 1백88만원 정도였으며 억대연봉 설계사 수도 1천4백7명으로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명실공히 생활설계사가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보험사들이 생산성과 효율 중심으로 설계사들을 관리하면서 설계사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고 협회측은 설명했다. 생활설계사는 특히 보험이외의 분야에도 상당한 전문지식을 소유하고 있다. 안면위주의 주먹구구 판매방식으로는 통하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험에 대한 계약자들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경쟁력없는 설계사들이 잇따라 퇴출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종신보험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오는7월 변액보험 판매가 시작되면 전문성을 갖춘 설계사들의 활약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5년 12월말 35만명에 이르던 설계사는 올 5월현재 21만명으로 줄었다. 양적인 팽창의 시대는 끝나고 내실과 전문성을 갖춘 정예 설계사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계약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이 보험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미국에서 사람이 사망하면 3명이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주치의와 변호사,그리고 보험설계사가 그들이다. 주치의와 변호사는 자신의 임무를 마치면 유가족들에게 수고한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나타난 설계사는 남아 있는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해 주면서 약속어음이나 유가증권이 아닌 현금을 지급하기 위해 온다는 것. 용기를 잃지 말라는 메모와 함께 전해주는 보험금 이것이 바로 보험의 참다운 가치이다. 설계사들이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이유도 이런 보험의 의미를 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로 하여금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을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설계사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이익원.박수진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