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울산공장의 파업 등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노사분규와 관련,재계와 정부간의 시각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노동계의 불법행위가 잇따라 발생하는 데도 경찰력 투입에 소극적인 정부를 연일 성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는 올들어 노사분규 건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등 노사관계가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지적인' 문제로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김호진 노동부장관은 1일 공권력 투입을 통해 파업을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노·사가 대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도 "대한항공 노·사간 대립의 정도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대화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재계는 "다분히 교과서적인 노동정책이 노동계로부터 공권력 무력화의 신호로 오해될 수 있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신속하고도 강력한 법 집행만이 경제 회복과 외자 유치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이 늦어질수록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화섬 업계는 효성 울산공장 파업 사태로 비상이 걸려 있다. 같은 울산공단내 고합 공장과 태광산업 공장 등이 효성과 공동투쟁을 선언하고 파업에 돌입할 예정인 만큼 자칫 업계 전체가 노사분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가 유휴 인력의 전환 배치나 경쟁력 없는 시설의 가동 중단,설비의 중국 이전 등 구조조정과 관련된 것이어서 향후 추이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화섬 회사인 H사 C모 사장은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인력 구조의 슬림화가 불가피하다"며 "임금 부분과 구조조정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유화업계는 지난달 16일부터 보름 이상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여천NCC의 3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체가 월 평균 5천5백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영배 경총 전무는 "정부와 재계가 공권력 투입을 놓고 시각차를 보여 안타깝다"며 "정부가 불법파업 초기에 원칙적인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6월초 노동계 총파업 때 산업계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구학·김도경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