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침체(recession)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3월 금융위기설''을 무사히 넘기면서 한때 호전기미를 보였던 경기지표들이 다시 나빠졌다.

특히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융위기론까지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바닥론이 제기되고 있는 미국과는 전혀 딴판이다.

◇캄캄한 일본 경제=실업률은 높아지고 생산과 소비 모두 줄었다.

4월 실업률은 4.8%로 사상 최고치(1월의 4.9%)에 바짝 다가섰다.

실업률은 지난 2월과 3월 4.7%로 하락,경기호전의 기대감을 낳았었다.

지난 2월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역시 경기 호전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산업생산은 4월에 1.7% 감소했다.

예상치(1% 감소)를 웃도는 감소폭이다.

기업재고는 2.1% 늘었다.

재고 증가는 산업생산이 앞으로 더 줄어들 것임을 의미한다.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빈사상태다.

4월중 봉급생활자 가구의 소비는 4.4% 급감했다.

1999년 12월 이후 최대 감소폭으로 예상치의 두배다.

소비성향지수(1975년 100 기준)는 69.1(3월은 73.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인소득도 0.5% 감소,5개월 연속 줄었다.

이 때문에 올해 일본 경제 성장률은 작년(1.7%)의 절반도 안되는 0.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지난 1·4분기 성장률(6월초에 발표)은 마이너스 0.5%로 급락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분기인 작년 4·4분기에는 플러스 0.7%를 기록했다.

◇다시 어른거리는 금융위기설=일본 4대은행중 하나인 UFJ홀딩스은 금주초 1조엔의 부실채권을 손실처리했다.

이 액수는 당초 알려졌던 금액의 1.7배였다.

이에 따라 2000회계연도(2000년 4월~2001년 3월)의 경영손실액은 2천1백20억엔에 달했다.

최대 은행인 미즈호금융그룹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6천9백40억엔의 부실채권을 털어냈다.

이처럼 일본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나고 경영실적이 예상보다 악화되자 일각에서 은행위기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골드만삭스증권은 "3월말 현재 일본 은행들의 대손충당금이 52조엔인데 비해 잠재적 손실액은 1백조5천억엔에 달한다"며 파산하는 은행들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본 은행들의 외형감소와 수익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금융위기론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