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부터 추세 전환점을 맞고 있는 세계경제가 의외로 더딘 회복속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독자 개발해낸 한경 경기진단지수를 활용, 5월 한달동안 발표된 각국의 경제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론이 얻어졌다.

오히려 각국이 올들어 잇따라 단행한 금리인하로 풀린 유동성이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키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성장 둔화 속의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정책 선택의 여지를 좁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개도국들이 경제 여건에 관계없이 이뤄진 과다한 외자 유입으로 자산 인플레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고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의 질적인 측면이 악화되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자칫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 투기자본의 투기대상이 될 소지가 커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한경 경기진단지수로 본 주요국의 경제동향 =미국 경제는 4월부터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나 회복 속도는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움직임으로 본다면 회복 양상이 ''V''자형보다는 ''U''자형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용사정 악화에 따른 역소득 효과(용어풀이 참조)로 소비가 기대했던 만큼 개선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다행인 것은 각종 실사지수와 경기선행지수 등 미국 국민들과 기업인들의 경제 심리를 반영하는 체감경기가 호전되고 있고 올들어 잇따라 단행한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여전히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기준 성장률 2%대)은 5월 51%에서 6월에는 55%로 소폭 높아졌다.

반면 일본 경제는 좀처럼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생산 등 일부 지표가 개선되고는 있으나 계절적인 성격이 강하고 지난 한달간 주가 등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했던 ''고이즈미 효과''도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상태다.

경기 회복의 관건인 일본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가능성(기준 성장률 0%대)은 5월과 마찬가지로 20%선에 머물고 있다.

유럽 경기 둔화세는 의외로 빠르다.

특히 유로랜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프랑스 경제가 지난해 4.4분기 0.8%(전기 대비) 성장률에서 올 1.4분기에는 0.5%로 급락하면서 유럽 전체의 경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과 회원국들을 더욱 당혹케 하는 것은 경기 둔화 속에 인플레 압력이 높아 금리 인하와 같은 정책수단을 쉽게 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은 5월 68%에서 50%로 큰 폭 떨어졌다.

◇ 경기회복이냐 물가안정이냐 =현재 주요국 경기의 회복 속도가 매우 더딘 가운데 인플레 요인이 가시지 않고 있으나 정책 우선 순위는 물가안정보다 경기부양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오는 6월26일부터 이틀간 열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회의에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 들어 잇따라 단행된 금리 인하로 경기회복 효과가 나타나면서 인플레 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인하폭은 0.25%포인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장기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데다 앞으로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히라누마 플랜''이 추진될 경우 과도기적 단계에서 디플레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논란이 있겠으나 통화를 풀어 디플레 효과를 완충시키는 인플레 정책이 점쳐진다.

유럽은 5월과 마찬가지로 경기부양과 물가안정을 놓고 어느 쪽 방향을 선택할지 계속 고민할 것으로 보이나 갈수록 정책실기(失機)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어 금리 인하 쪽으로 가닥을 잡을 공산이 크다.

6월에 있을 유럽중앙은행 정책이사회에서 최소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결국 앞으로 예상되는 주요국의 경제여건과 정책방향을 고려할 때 당분간 환율 주가 등 국제금융 변수와 국제간 자금흐름은 일정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혼조세를 띨 가능성이 크다.

또 엔화 환율이 달러당 1백20엔, 유로화 환율이 0.85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통화 가치와 경기안정 차원에서 시장개입이 예상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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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 역소득 효과(negative income effect)

실업률 증가 등 고용사정이 나빠지면서 국민들의 소득이 줄어들 경우 민간소비가 위축돼 경기를 둔화시키는 효과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용 악화는 경기가 나빠진 이후에 나타나는 경기후행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역소득 효과가 나타날 경우 그동안의 경기침체 국면을 더 지속시키거나, 경기 회복 초기 무렵일 때는 회복속도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역소득 효과를 경기 회복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