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 시장을 공략하라''

미국 내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그룹인 히스패닉 인구가 흑인 인구를 제치고 미국내 최대 소수민족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기업들의 공세가 활발해지고 있다.

급격히 신장되는 이들의 구매력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히스패닉의 구매력은 4천1백97억달러로 10년 전(2천75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으며 오는 2010년에는 9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조지아대학 경제연구소)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인구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직접 스페인어로 광고를 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방송국들도 스페인어 방송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인 시어스와 K마트 등은 히스패닉계 신문 라디오 TV 등에 집중적으로 광고하고 있으며 P&G나 맥주회사인 앤호이저-부시 포드 혼다자동차 등은 히스패닉축제 등 각종 행사를 후원하고 있다.

제과업체인 시스는 스페인어 TV방송을 통해 제품 홍보 대신 자사 직원의 70%가 히스패닉계이며 히스패닉커뮤니티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선전할 정도다.

멕시코음식 전문점인 타코벨은 아예 미국 TV방송에도 스페인어로 광고하고 영어를 자막으로 처리하고 있다.

방송국들도 스페인방송을 늘리고 있다.

ABC는 작년 10월부터 미국 방송사상 처음으로 피터 제닝스가 진행하는 저녁뉴스인 월드 투나잇을 스페인어로 동시통역하고 있다.

CBS는 간판 드라마인 ''대담하고도 아름다운''을 6월부터 영어와 스페인어로 동시에 방송한다.

미국방송의 첫 스페인어 드라마가 되는 셈이다.

NBC는 ''패션''이란 드라마에 히스패닉계 가정을 등장시키고 유명 히스패닉 연예인들과의 토크쇼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히스패닉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중음악계에도 라틴음악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체 음반시장의 판매액이 2.4%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라틴음반 판매액은 무려 25% 증가했다.

지방정부들도 히스패닉시장 공략을 지원하고 있다.

멕시코계 히스패닉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멕시코의 최대 명절중 하나인 ''킨코 드 마요''를 성패트릭스데이(아일랜드)나 구정(아시아)처럼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들의 소비를 자극하기 위한 정책적인 수단이다.

지난 4월 발표된 인구조사 결과는 히스패닉 인구가 미국 전체 인구의 12.5%인 3천5백30만명으로 전체의 12.3%(3천4백70만명)인 흑인 인구를 제치고 최대 소수민족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히스패닉들이 지난 10년간의 증가율인 57.9%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앞으로 50년 후면 백인 인구도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