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간 산업으로 치부됐던 완구 산업이 "정보기술(IT)"로 무장하면서 옛 영광을 되찾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봉제인형과 플라스틱 조립 로봇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완구산업은 노동집약 산업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정보기술을 이용한 완구제품이 등장하면서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첨단산업으로 변한 것이다.

"디지털 완구의 등장은 음성인식칩 개발 등 첨단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른 예상됐던 현상"(팍스브이알 김일천 대표)이라는 분석이다.

PC와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대화형 완구를 원하는 수요가 생겨난 것도 디지털 완구의 탄생 배경으로 꼽힌다.

놀면서 공부한다는 뜻의 신조어인 "에듀테인먼트"가 키즈(아동)산업의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른 것도 디지털 완구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현재 정보통신에 기반을 둔 10여개 완구업체들이 국내 디지털 완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도기업중엔 1999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국산 디지털 완구 1호로 꼽히는 펭귄 포포를 선보인 토이트론이 있다.

포포는 배를 만지면 ''간지러워''라고 말하는 등 80여개의 문장과 11곡의 노래를 구사한다.

출시 2개월만에 10만개를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토이트론은 지난해말에도 주인의 음성명령을 알아듣고 움직이는 인공지능 강아지 테리를 내놓았다.

인터넷과 연계한 웹 대화형 완구도 등장했다.

인츠닷컴은 최근 로보티즈와 공동개발한 지능형 완구 디지와 티티의 판권계약을 일본의 코나미 및 미국의 타이커일렉트로닉스와 맺었다.

쥐 모양의 디디와 티티는 노래를 부르고 장애물을 피하며 1세부터 6세까지 성장한다.

성장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 무선으로 내려받는다.

미디어랩스의 아이돌(iDOLL)은 TV VCR 인터넷 등을 통해 전달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면서 반응하는 완구다.

이 회사는 최근 일본의 카이 미디어와 음성인식완구 개발 계약을 맺은데 이어 에듀타운과 공동으로 영어교육용 음성인식완구를 내놓기로 했다.

팍스브이알은 음성인식 칩 개발업체로 지난 2월 미디어랩스에 음성인식 모듈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전통 완구업체들도 디지털 완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봉제완구 업체인 오로라월드는 지난해 8월 "베티와 도기"를 내놓으며 발을 들여놓았다.

완구의 손바닥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내장된 센서와 프로그램에 의해 베티와 도기가 서로 대화 및 노래를 한다.

여아용 완구로 유명한 미미월드도 최근 말을 알아듣는 뚜비를 내놓으며 이 시장에 합류했다.

미국의 음성인식칩 업체인 센소리 등과 함께 개발한 뚜비는 간식 등을 운반하는 간단한 심부름도 한다.

이에앞서 플라스틱 변신 로봇업체의 원조로 불리는 손오공은 일본 세가사의 애완동물 로봇 푸치를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전자 칩을 내장한 디지털 완구 8종을 국내에 선보였다.

토이트론의 이건갑 대표는 "세계 최대의 완구 소비국인 미국에서만 지난해 디지털 완구의 판매액이 10억달러로 전년대비 9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디지털 완구시장은 세계적으로 급팽창하고 있으며 한국의 완구업체들이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