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돈을 넣었다가 필요할 때 수시로 빼 쓸 수 있는 예금도 있고, 목돈을 한꺼번에 맡겼다가 1년 후쯤 모두 찾는 예금도 있습니다.

매달 일정한 돈을 꼬박꼬박 넣어 큰 돈을 마련하는 예금도 있지요.

예금의 종류에 따라 붙는 이자도 각각 다릅니다.

결국 똑같은 돈을 예금하는 것인데 은행에선 왜 이자를 다르게 줄까요.

그럼 지금부터 은행 예금의 종류에 따라 이자가 다른 이유를 알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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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길 때 용돈을 받아 넣어 놓는 지갑과 같은 예금통장이 있습니다.

또 용돈을 절약해 넣는 돼지저금통처럼 어느정도 기간이 지나야 돈을 꺼낼 수 있는 예금통장도 있고요.

이들 예금의 이자는 서로 다르지요.

부모님에게서 받은 용돈을 그때 그때 예금하는 통장은 대개 "자유저축 예금통장"이지요.

이걸 다른 말로는 요구불예금이라고 합니다.

요구불이란 "손님이 요구할 때에는 아무 때나 돈을 내 드리겠습니다"라는 뜻이예요.

즉 우리가 갖고 있는 지갑처럼 돈을 보관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돈을 집어 넣을 수도 있고, 또 돈 쓸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예금이란 얘기죠.

이렇게 우리가 돈을 보관하고 싶거나, 아니면 쓰고 싶을 때 언제든지 빼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은행에선 항상 여유분의 돈을 준비해 놓고 있어야지요.

그걸 좀 어려운 말로 "지불 준비금"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은행 입장에서 이 지불준비금은 많은게 좋을까요, 적은게 좋은까요.

당연히 적은게 좋겠지요.

왜냐고요.

은행은 예금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다른 사람에게 가급적 많이 빌려줘 이자를 받아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지요.

그런데 지불준비금은 예금자가 언제 찾아갈지 모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지 못하고 은행금고에 쌓아둬야 합니다.

은행이 장사를 할 수 없는 돈이지요.

그러니까 지불준비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은행은 돈을 못벌겠지요.

그러다보니 지불준비금을 많이 쌓아둬야 하는 예금에는 이자를 조금밖에 줄 수 없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3만원을 요구불예금 통장에 넣어 놓고 매일 1천원씩 빼서 쓴다고 생각해 보지요.

은행은 우리가 빌려준 3만원을 갖고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하든지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우리가 매일 1천원씩 돈을 달라고 하니까 은행의 입장에선 한꺼번에 3만원을 대출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이 이익을 내기가 힘들어 지니까 지갑역할을 하는 요구불통장의 경우엔 이자를 많이 줄 수가 없는 거지요.

만약 우리가 용돈 받은 것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은행에 맡기고 1년동안을 찾지 않겠다고 하면 어떨까요.

은행은 최소한 1년간은 안심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 돈을 빌려줄 수 있을 겁니다.

지불준비금이란 걸 금고에 쌓아 두지 않아도 되는 셈이지요.

그럼 은행은 그 돈을 갖고 여러사람에게 대출을 해줘 이자로 큰 돈을 벌겠지요.

은행이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을 예금한 사람에겐 그만큼 많은 이자를 주는 겁니다.

이런 예금을 "정기예금"이라고 하지요.

일정기간 돈을 맡겨 놓고 찾지 않는 예금입니다.

이런 예금도 있습니다.

매월 일정하게 5천원씩 예금해서 1년후에 6만원을 만들어 찾는 것입니다.

이런 예금은 "적금"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적금과 아예 처음부터 6만원을 통장에 넣어 놓는 정기예금과는 어떤 것이 더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을까요.

잘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6만원을 넣어 놓는 정기예금이 훨씬 많은 이자를 받을 수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지요.

사과장수 예를 들어 볼까요.

사과장수가 사과를 팔기 위해서는 사과 12개가 들어가는 한 상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과수원에서 매달 1개씩만 받을 수 있다면 사과를 팔기 위해 12개를 모으려면 정확히 12달 동안을 기다려야지요.

게다가 첫달에 받은 사과를 12개월이나 잘 관리를 해야 하고, 또 두번째달에 받은 사과는 11개월, 이런 식으로 사과를 최소한 한달부터 최대 12개월까지 관리를 해야 하지요.

사과가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냉장고에 넣어 두어야 하고 그러려면 전기료도 내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과수원에서 처음부터 사과 12개를 받는다면 사과 한상자를 만들기 위해 기다릴 필요도 없고 전기요금을 내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이처럼 은행에 목돈을 한번에 넣어 놓으면 은행에선 관리비용이 적게 듭니다.

또 그 돈을 즉시 대출해 줄 수 있어 이자수입도 많이 올릴 수 있지요.

이렇게 보면 우리가 은행에 예금을 할 때에도 예금상품을 잘 골라야 겠지요.

즉 예금통장을 지갑처럼 쓰려면 이자는 적더라도 요구불예금에 가입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용돈을 열심히 절약해서 돈을 모으려고 할 때에는 적금에 가입하는게 좋겠지요.

또 그렇게 적금을 통해서 모은 돈을 장기간 은행에 넣어두고 쓰지 않으려면 정기예금에 가입하는게 최고입니다.

이제는 무조건 은행예금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에 맞는 예금상품을 선택해 저축을 하도록 합시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전문선 <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dbmkter@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