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이 지난 1월 발간한 공적자금 관련 연구보고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배포금지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일부 연구위원들이 재정경제부와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호 조세연구원장은 배포금지 지시를 내린 건 자신이며 정부 압력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또 배포금지시킨 이유로 "분석모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밝혀 연구결과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던졌다.

◇ 보고서 내용 =''공적자금의 재정수지에 대한 장기적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정부가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공적자금 문제를 건드렸다.

경제성장률, 저축수준, 재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경제모델을 세워 추정한 결과 재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공적자금 손실액은 33조4천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이 금액은 전체 조성원금 1백4조원 가운데 자산관리공사가 조성한 20조5천억원은 1백% 상환하고 예금보험공사가 조성한 83조5천억원 중 60%를 상환했을 때 산출되는 규모다.

보고서는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율이 1백%, 80%, 60%, 40%, 20%, 0%일 때 등 6단계로 나눠 각각의 경우 재정수지의 변화를 분석했다.

예보 회수율이 20%에 그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재정균형을 달성하려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국세부담을 1%포인트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이 기간동안 교육세 교통세 같은 목적세를 하나 더 신설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소득세로 따질 경우 국민들이 지금보다 29% 인상된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부 개입 여부 논란 =유 조세연구원장은 공식 브리핑을 자청, 정부 압력설을 부인했다.

동석한 한정기 재경부 세제총괄심의관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유 원장은 "보고서 발간 이후 내·외부 레퍼리(referee·심사인)들이 모두 박 연구위원이 쓴 경제모델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면서 "박 위원이 내린 결론은 잘못된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발간 및 배포를 유보시켰다"고 밝혔다.

20년 이후부터 실질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을 전제한 대목이 걸정적인 결함이었다는 것.

유 원장은 이어 "대부분 보고서는 인용된 팩트(fact·사실)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재정경제부 세제실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한다"며 "그러나 보고서 배포 금지는 전적으로 원장 고유의 판단과 권한에 따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