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직접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의 적극적인 직접투자 유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1백50억달러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줄어드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와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서울재팬클럽(SJC), 호주-뉴질랜드 상공회의소의 회원사 최고경영자 또는 임원들을 상대로 한국의 투자환경에 대한 설문조사(5월17~25일)를 벌였다.

답변서를 보내온 38개 외국인 투자기업의 응답 내용을 소개한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대부분 경영자들은 한국의 불투명한 제도 및 상거래 관행, 그리고 관료사회의 권위주의와 기업 규제가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투자환경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대답한 기업들조차 이같은 불만을 제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 직접투자 꺼리는 외국기업 =설문 조사에 응한 38개 기업 가운데 14곳(36.8%)은 ''투자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한다면 한국에 투자하겠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투자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3개사(7.9%)를 포함하면 전체 기업의 44.7%가 한국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투자하겠다''고 대답한 기업은 응답 기업의 절반(19개사)에 그쳤다.

전체 응답 기업의 44.7%(17개사)는 한국의 투자환경이 좋지 않아 투자 계획을 취소하거나 보류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또 ''한국의 투자환경을 점수로 매겨달라''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36.8%(14개사)가 낙제점인 60점 이하를 줬다.

전체 평균점수도 65점에 머물렀다.

81점 이상으로 대답한 회사는 단 세곳에 불과했다.

또 전체 기업의 68.4%(26개사)는 향후 2년 안에 아시아 지역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 있다고 대답했지만 한국이 투자 후보지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26.3%(10개)만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34.2%(13개사)는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고 ''모르겠다''는 응답은 10개사였다.

''아시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한국은 아니다''는 얘기였다.

◇ 규제와 간섭이 많다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공장부지 조성과 같은 인프라 지원보다는 빈발하는 노사분규(19개사 50%)와 불편한 행정서비스(15개사 39.5%) 제도적·비제도적 규제(14개사 36.8%) 등 소프트웨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투명하지 못하고 복잡하기만 한 법률 및 조세제도, 행정처리시스템 등에 대해 불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이유에서도 강성 노조문제와 투명성이 부족한 제도 및 행정, 만연하는 권위주의, 우수한 인력 부족 등이 주로 꼽혔다.

중앙 부처를 포함해 일선 공무원과의 영어 소통이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낫긴 하지만 아직 부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기업도 있었다.

◇ 뜨는 중국, 가라앉는 한국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보다 투자환경이 좋은 곳(복수응답)으로 중국(21개사 55.3%)을 최우선적으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싱가포르(19개사) 대만(17개사) 말레이시아(12개사) 등이 꼽혔다.

실제 투자를 희망하는 국가 순위에서도 중국이 19건으로 가장 앞섰다.

그러나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투자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증가할 것''이라고 대답한 기업이 20곳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13개사는 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투자의 최대 장점으로는 대부분의 기업이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IT(정보기술) 분야 기업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시장''이 투자유인 요소라고 밝혔다.

일부 기업은 우수한 노동력과 정치적 안정 등을 장점으로 들었다.

김수언.정지영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