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외국기업의 경쟁력은 비단 기술력만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

관리와 영업 등에서도 국내기업을 앞지른다는 평가다.

회사경영 방식에 있어서 외국기업과 국내기업간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상.중.하 시리즈로 엮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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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계 다국적 기업인 필립스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세계전략 발표대회를 개최한 지난 3월 서울에서 출발한 유재순 필립스코리아 이사는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비즈니스클래스에 앉아 편안하게 출장길에 올랐다.

싱가포르 주재 반하튼 필립스아시아퍼시픽 사장이 이코노미클래스로 온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사가 비즈니스클래스를 타는데 어떻게 사장이 이코노미클래스를…'' ''사장 퍼스트클래스, 임원 비즈니스클래스, 사원 이코노미클래스'' 등으로 직급에 따라 차등을 두는 국내 기업의 관행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지만 필립스의 임직원들은 당연할 일로 받아들인다.

외국 기업들은 대부분 직급이 아니라 출장거리를 기준으로 비행기 좌석 등급을 결정한다.

아무리 CEO라도 비행시간이 짧으면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한다.

반하튼 사장이 이코노미 클래스를 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립스아시아퍼시픽의 본부가 있는 싱가포르와 발리는 비행기로 두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반대로 장거리 출장 때는 평사원에게도 비즈니스클래스의 항공권을 끊어준다.

그래야 현지에 도착해서 피로를 느끼지 않고 곧바로 업무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형식이나 체면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선진경영의 한 단면이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의 경쟁력은 바로 이와 같이 효율을 추구하는 경영에서 나온다.

지난해 다우케미컬에 홍보담당으로 입사한 전상진 차장.

그는 임원등 상급자들에게 그 흔한 프리젠테이션 한번 해본 적이 없다.

e메일로 핵심적인 내용만 보고하면 된다.

쓸데없는 부분에 신경쓰지 말고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그러다 보니 국내기업에서는 서너명이 하는 일을 한 사람이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전 차장은 설명한다.

인력채용도 마찬가지다.

다우케미컬은 과장급에게 인력채용의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인사부에서는 보수나 인터뷰 관련 자료만 지원해줄 뿐이다.

인사부나 자금부가 일선 영업부서 위에 군림하는 국내기업의 풍토와는 천양지차다.

다우케미컬 관계자는 "실제로 인력을 필요하는 부서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아야만 적절한 사람을 채용할 수 있고 호흡을 맞추는데 필요한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례는 또 있다.

다우케미컬 직원들은 핸즈프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차에 탈때는 무조건 핸드폰을 끄는게 원칙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전에만 집중하라는 뜻이다.

듀폰코리아는 한발 더나가 역삼동 사무실의 문턱을 모두 없앴다.

직원들이 행여 넘어지지 않을까 우려한 때문이다.

복도 구석구석에 볼성 사납게 볼록거울 설치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용준.정지영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