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시멘트는 지난해 11월 쌍용양회 지분 29.1%를 3천6백60억원에 인수,대주주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채권은행단은 ''최대한의 금융 지원''을 약속하는 각서를 건넸다.

이후 태평양시멘트의 쌍용양회 인수는 ''외국 기업에 의한 한국 기업의 경영재건 모델''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으며 서울에서 열린 쌍용양회 주식인수 조인식에는 주무부서인 산업자원부 장관과 주한 일본대사도 참석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악몽의 시작이었다.

태평양시멘트가 주식취득 대금 3천6백억원을 납입한 바로 다음날인 작년 11월2일 채권단은 금융 지원은 커녕 채권확보 명목으로 납입 대금을 거의 전액 인출해 갔고 그 다음날에는 쌍용양회를 ''조건부 회생기업''으로 지정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회사 존속을 위해서는 추가 출자가 필요하다며 3천억원의 추가 출자를 요구했다.

태평양시멘트는 채권은행단에 부채 감면을 요청했다.

은행단은 지난 4월10일 태평양시멘트가 3천억원을 출자 전환한다는 조건으로 1조4천억원을 추가로 출자전환했다.

어쩔 수 없이 추가로 출자하게 된 태평양시멘트는 한국 정부와 은행에 대한 불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은 순식간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퍼져나갔다.

이 사례가 향후 외국인 투자의 발목을 잡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일을 일본 기업만 당한 것은 아니다.

독일의 코메르츠 방크도 외환은행에 투자하면서 좌절감을 맛봤다.

코메르츠 방크는 1999년말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외환은행에 33.1%를 출자,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투자 금액의 절반은 이미 공중으로 사라졌다.

그동안 투자한 금액은 1조원이 넘지만 현대그룹과 대우그룹 등 외환은행이 보유한 부실 채권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99년 11월 현대정유에 5억1천만달러를 투자한 아랍에미리트의 IPIC 역시 이미 5천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IPIC는 현대정유의 부채 때문에 매년 적자를 계상,투자 원금까지 까먹고 있다.

한국 정부 사절단이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해 중동을 방문했을 때 현지에서 "중동에서 투자를 유치하려면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는 중동 기업이 실패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기 바란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컨설팅회사의 한국 담당자는 "한국은 투자 유치에는 열심이지만 사후관리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외국 자본이 한국 투자를 주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씁쓸한 말을 전했다.

정리=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