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중국 진출 전략이 통신장비와 하이엔드(고수익) 전자제품 등 첨단산업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단순히 중국의 저임 노동력을 겨냥, 국내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적 산업설비를 이전하는데 중점을 두던 종전의 방식과는 다르다.

중국의 기술 수준이 첨단 제품을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로 높아진데다 고가 제품에 대한 현지 수요 또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데 따른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전략적 진출을 선언한 중국의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시장은 시스템 분야가 2백억~2백50억달러, 단말기는 2백50억~3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총 규모는 2004년까지 5백억달러(65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2월말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가 9천만명에 달하며 3개월에 1천만명씩 증가하는 등 유망 시장으로 급부상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공장의 수율이 국내 수준에 육박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자제품의 품질이 국내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대체 생산할 수 없는 제품은 반도체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지인들의 기술력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런데도 인건비는 아직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저임(低賃)의 고기능 인력을 쫓아 현지에 첨단 공장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소득층이 크게 늘어 고가 제품의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첨단장비 공장을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일모직의 경우 갤럭시 양복의 평균 가격을 4천∼5천위안(50만∼80만원)으로 책정했는 데도 불티나게 팔려 베스트셀러 군에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 ''애니콜''도 중국 시장점유율은 5위이지만 듀얼폴더 등 50만원이 넘는 제품군에서는 노키아 등 경쟁사 제품을 제치고 1위로 올라 있을 정도로 고가품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구매력은 GNP(국민총생산) 기준 4조4천억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1인당 소비액도 1990년 8백3위안에서 지난해 3천1백32위안으로 4배 가량 증가했다.

중국전자총괄 마케팅 담당인 한창호 부장은 "중국 로컬기업이 하듯이 중.저가 제품을 팔다가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만다"며 "승산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선별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해 고가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강한 의지도 삼성그룹의 중국행을 재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요즘 사장단회의 때마다 중국만이 향후 거대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큰 시장이라고 강조하고 중국 시장 현황과 사업계획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각 계열사들도 각 업종에 맞는 유망 사업분야를 선정, 중국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상하이(上海)에 국내 업체 최초로 지점을 개설,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생명도 중국시장 진출을 장기 과제로 선정, 중국 정부에 ''1국 1보험사'' 원칙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삼성SDS도 지난달 베이징(北京)에 데이터센터를 건립, 관계사들의 서버관리 대행업무를 시작한데 이어 점차 중국내 인터넷 기업의 웹호스팅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