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는 나라"

"법 위에 정치가 군림하는 나라"

기업인들이 경영 환경을 푸념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다.

정부의 기업정책이 법적.경제적 논리보다는 "국민정서"에 의해 재단되는 경우가 많다는 하소연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3일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조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문제를 심도있게 파고 들었다.

현 정부들어 시행되고 있는 기업정책이 상당 부분 법률과 시장보다는 "국민정서"의 이름을 빌린 정부 재량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LG의 반도체 합병 등 대기업그룹간 ''빅 딜''을 비롯 부채비율 2백% 이내 억제 등 기업들의 경영 기조를 1백80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대부분 이런 식으로 결정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들 정책은 경제적 기준이 아닌 ''정.재계 합의''와 ''여론 압력''이라는 형식을 빌려 추진됐다.

이같은 정책의 배경에는 대기업을 ''방만한 사업 확장과 차입 경영의 화신(化身)''으로 싸잡아 매도하는 반기업정서가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론몰이식 기업 정책과 제도는 멀쩡한 기업들까지 자칫 ''인민재판'' 내지 ''마녀 사냥''의 나락에 빠뜨리기 일쑤다.

여론이라는 이름의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현상이 구조화해 있다는 말이다.

그 결과는 ''기업할 마음''을 빼앗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의 흐름에 대한 왜곡으로까지 이어진다.

이같은 정책의 오.남용은 근본적으로 경제관료 집단의 행정 만능주의와,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현재의 제도 및 관행에 기인한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정책보고서를 통해 "경제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간섭을 제도화하고 있는 헌법을 개정해야 진정한 경제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현 정부의 기업정책은 기업이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할 내부 통제구조를 비롯 재무.사업구조 등의 사안에까지 개입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내걸었던 ''시장경제 원칙''을 저버리는 모순이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미국 웰스파고은행의 손성원 수석 부행장은 "실질적인 구조조정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 위주의 기업정책을 ''지원''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