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체감경기를 파악할 수 있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교역조건 악화로 소폭 증가에 그치고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회복을 단정짓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2일 1/4분기 실질 GDP가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속에서도 수출이 8.4% 신장한 데 힘입어 3.7%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경제성장률은 3% 안팎으로 예상돼왔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5%로 예측한 바 있다. 지난해 4/4분기 실질 GDP는 4.6% 성장했으며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8.8%였다.

지난 분기 경제활동별로는 농림어업이 광우병 파동과 해면어업의 어획량 감소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가 감소했으나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은 각각 4.3%, 1.6%, 3.9%가 증가해 GDP성장률의 버팀목이 됐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GDP의 성장기여율이 70.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에는 38.8%에 그쳤다.

지출항목별로는 민간소비가 여전히 부진한 양상임을 보여줘 0.9% 상승에 그쳤으며 고정투자는 설비투자의 감소세(-7.9%)가 커 3.7% 감소했다. 반면 수출은 반도체, 통신기기, 산업용기계 등의 수출호조가 8.7%의 증가세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최종수요에 대한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지난해 동기의 51%에서 130.4%로 크게 상승했다.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 GDP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가운데 반도체와 통신기기를 제외한 여타 제조업의 성장률이 2.3%(경공업은 -4.6%) 감소하고 투자와 소비는 부진한 양상이 계속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섣부른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교역조건의 악화와 수출이 3월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수출의 성장기여율이 130.4%에 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향후 경제회복의 관건은 수출과 투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최대 변수는 국내 경기사이클이 아닌 세계경제의 동향이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는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은이 이번에 처음으로 GDP통계와 함께 발표한 실질 GDI는 수출품 가격 하락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돼 0.6% 증가에 그쳐 GDP성장률을 밑돌았다.

실질 GDI는 체감경기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기존에는 GNI(국민총소득)가 GDP 통계보다 1개월뒤에 작성돼 활용도가 떨어져 GDI 지표를 분기마다 발표키로 한 바 있다.

기업의 양적 성장을 나타내는 GDP와 질적 성장을 보여주는 GDI가 동시에 발표되면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의 괴리를 앞서 파악할 수 있다.

한은은 그러나 -5.3%에 달하는 교역조건 악화폭이 지난해 동기의 -12.1%보다 축소돼 실질 GDP성장률과의 격차는 지난해 동기의 8.0%포인트보다 개선된 3.1%포인트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