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새로운 틀을 짜는 재미에 쏙 빠졌어요"

인터넷 무역사이트 운영업체인 티페이지(www.tpage.co.kr)에서 일하고 있는 일본인 마에카와 키요히로씨(26)는 E비즈니스의 진수를 배우고 있다는 생각에 하루 24시도 모자란다고 한다.

마에카와씨가 몸담고 있는 티페이지는 1백50만개 기업 데이터베이스와 20여만개의 회원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8개 국어로 서비스를 하고 있어 해외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다.

마에카와씨가 하는 일은 일본어 사이트 구축과 일본 바이어들을 상대로 기업들을 연결해주는 것.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995년.당시 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의 사회학도였던 마에카와씨는 지역사회 조직에 관심을 가지다가 한국의 반상회에 대한 얘기를 듣고 조사차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대에 교환학생으로 잠시 머물렀다.

체류 기간동안 한국이 겉모습은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깊이 들어갈수록 다른 것을 보고 한국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그는 일본에 돌아가서도 한국과 관련된 해외영업을 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일본 경기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게 여의치 않았다.

마에카와씨는 결국 직접 한국에서 일본 업무를 담당하는 무역회사에 근무하리라 마음먹고 졸업하자마자 짐을 싸서 한국으로 왔다.

고려대 어학당에 입학해 한국어를 익히고 난뒤 무역회사를 알아봤지만 외국인들이 취직할 수 있는 비자를 얻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정부에서 IT업계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 IT인력들에 대한 비자발급제도를 개선한 것을 계기로 마에카와씨는 IT업체로 눈을 돌리게 됐고 친구로부터 티페이지를 소개받았다.

마침 평소 염두에 두고 있던 무역을 무대만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었기 때문에 마에카와씨는 주저하지 않고 입사를 결심했다.

일본에 있을 때 축구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코베 유니버시아드 경기장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했을 정도로 "축구광"인 그는 한국에서도 틈만나면 한강고수부지에서 조기축구를 하고 있다.

조만간 요리학원에 가서 한국요리도 배울 작정이란다.

마에카와씨는 서열이 엄격한 일본 회사들에 비해 한국벤처는 상사와 격의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도 한국인의 냄비근성에 대해선 따끔하게 꼬집는다.

"한국사람들은 반짝 아이디어가 있으면 앞뒤도 재지 않고 우루루 모였다가도 조금만 아니다싶으면 썰물 빠지듯이 다 나가요.

하지만 일본에선 무슨 일이든 신중히 접근하다보니 실패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요즘 마에카와씨는 무역학을 공부하고 있다.

실제로 무역이 이뤄지는 공간은 오프라인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전문성을 갖는게 필수라는 것.마에카와씨의 꿈은 온.오프라인 무역의 전문가가 돼 앞으로 티페이지가 일본에 진출하는데 한 몫을 담당하는 것이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