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투자 자문회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1년의 절반 정도를 외국에서 보낸다.

그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투자상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평소에는 A씨 혼자서 출장을 다녔지만 15주년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출장에는 그의 아내도 같이 동행했다.

A씨 부부는 한국에 올 때마다 단골로 투숙하는 C호텔에 여정을 풀었다.

도착 다음날부터 바쁜 일정에 시달리던 A씨는 3일째 되던 날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호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단골 고객인 A씨의 결혼기념일임을 확인한 C 호텔측에서 A씨 부부를 위한 결혼 기념일 파티를 개최해 주었기 때문이다.

A씨의 아내는 평생 처음 받아보는 호텔의 서비스에 크게 감동했고 A씨 또한 자신에 대해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주는 호텔측의 정성이 너무나도 고마워서 앞으로 평생 C호텔만을 이용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A씨는 C호텔의 평생 고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회사에 돌아가서 그 호텔에서 받은 서비스를 다른 동료들에게 긍정적으로 전할 것이다.

C호텔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을 들여서 A씨를 평생 고객으로 확보했고 긍정적인 "구전효과(word of mouth)"와 잠재적인 매출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호텔이 이 같은 효과를 얻는데 들인 비용은 단지 와인과 호텔식당 할인쿠폰 그리고 케익 값에 불과했다.

요즘 흔히 서비스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경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높아져 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제공하는 제품의 성능이나 편익 등의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게 되었고 무엇인가 나에게 부가적인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소비자에게 부가적인 혜택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유용한 수단 가운데 한가지는 자사만의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비스기업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가장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전 사원이 철저하게 고객을 위주로 생각하는 사고를 갖게 하라는 것이다.

회사의 아르바이트 직원부터 사장에 이르기 까지 첫째도 고객을 생각하고 마지막도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요즘 너도 나도 고객만족을 시키자고 수없이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고객만족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고객만족 철학이 결여되어있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먼저 전 사원이 철저한 고객만족을 최선의 목표로 삼는 철학을 갖게 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어야 창의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기업문화가 조성된다.

다음으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먼저 내부 고객인 종업원을 만족시키야 한다.

즐겁게 일하는 종업원만이 고객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

서비스 기업은 종업원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종업원 근로상황 개선,복지향상,다양한 인센티브 지급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것은 일선 종업원들이다.

마케팅에서는 고객이 기업의 종업원이나 "특정 자원"과 접촉해 서비스의 품질에 대해 인식하는 순간을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라고 하는데 고객들은 이 순간에 서비스의 품질을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종업원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안내 그리고 고객을 존중하는 태도는 전체적인 서비스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기업들은 종업원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외부 고객을 만족시키기 전에 먼저 내부 고객을 만족시켜서 즐거운 마음으로 자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모든 자원들을 활용하여 서비스 제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최근 여러 기업들이 구축하고 있는 고객데이터베이스 등은 차별화된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수집된 고객데이터를 활용하고 외국사례 및 경쟁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벤치마킹 하는 등 기업의 자원을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사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지만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파악하여 그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해가야 한다.

기업이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20배나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고 다양한 홍보효과를 얻음으로써 잠재적인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

21세기는 서비스의 시대다.

고객 개개인을 감동시키는 기업만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기업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재화를 생산하는 기업,공공기관,심지어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서비스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기업들도 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실천하여 외국기업과의 경쟁 시 핵심역량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주우진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한경-매니저소사이어티 공동기획;www.managersocie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