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현대석유화학(대표 박원진)과 덴마크 석유화학회사 ''보레알레스''(Borealis) 대표단간 회사 인수협상은 양측이기본 입장만 개진한 채 구체적 진전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과도한 부채와 현대사태의 여파로 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대석유화학의 조기 회사매각 또는 외자유치 노력은 일시적 난관에 봉착한 반면 롯데 계열 호남석유화학으로의 피인수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현대석유화학의 한 고위관계자는 21일 "지난 17일 방한한 유럽 2위의 화학회사인 보레알리스 대표단과 주말까지 협상을 가졌으나 양측이 회사 매각에 관한 기본입장만 서로 타진했을 뿐 구체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 협상단은 보레알리스가 최소 51%,최대 1백%의 회사지분을 매입해 경영권까지 인수하기를 원한 반면,보레알리스측은 현대석유화학의 자산가치(2조8천억원.스티렌모노머(SM) 부분 제외) 평가에 이견을 보였으며 또 현대유화 매입 문제는 주주들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보레알리스 대표단은 애스펜 오스모 이사를 비롯한 본사 대표단 3명과 메릴린치의 컨설턴트 4명으로 구성됐으며 지난주말 협상을 마치고 출국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1조6천7백1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현대유화측은 이번 협상에서 작년 9월부터 인수에 관심을 보인 보레알리스가 어떤 내용으로든 회사 인수에 관한 구체적 제안을 이달 말까지 낼 것을 희망했으나,보레알리스측은 이 역시 다음달 말로 예정된 이사회를 거쳐야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보레알리스측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돼온 롯데계열 호남석유화학과 현대유화간의 회사 매각협상이 급물살을 탈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채권단측도 현재 호남석유화학에 현대석유화학을 매각하는 쪽으로 큰 가닥을 잡고 있으며 필요한 중간조정 역할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현대유화의 설비나 자산규모가 우리의 두배나 돼 인수는 우리회사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만일 한다면 그룹차원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반면 롯데그룹의 한 고위 인사는 "현대측에서 부채가 적어 유동성이 좋은 우리를 상태로 `짝사랑''을 하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 그룹차원에서 현대유화를 인수를 논의한 적은 전혀 없다"며 인수설을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 롯데그룹의 건전한 재무상태,국내업체끼리 고용승계상의 용이성 등을 감안할 때 호남석유화학의 현대유화 인수가 매우 유력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석유화학 채권단 주간사인 한빛은행 또한 오는 6월말 이전 현대유화 문제처리에 관한 최종단안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정부 역시 7대 산업 구조조정 작업을 다음달까지는 최종 마무리 한다는 입장이어서 현대유화 매각 문제는 조만간 어떤식으로든 판가름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현대유화측은 그사이 최대한의 자구노력으로 회사 경영상태를 일정수준까지 끌어 올려 ''급매물에 따른 헐값''이 아닌 ''정상가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