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경제 민심 챙기기"에 나섰다.

국내 주요 기업의 홍보 기획임원과 연구소의 중견 간부 1백50여명을 오는 22일 청와대로 불러 실물 경제의 현장 이야기를 듣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증권업계 관계자 1백여명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한달여만에 갖는 경제현장 실무책임자들과의 만남이다.

김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경제 일선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시장 경제주의자"로서 자신의 경제관을 설명하고 기업.금융 등 부문의 4대 개혁과 시장 개방의 당위성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이같은 행사는 재정경제부의 건의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부 산하 경제홍보기획단에서 경제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보다 폭넓게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챙길 것"을 건의해 전격 수용됐다는 것이다.

간담회 참석자는 대기업 및 중소.벤처 기업에서 40%,민간 연구소 및 공기업.정부투자기관에서 각 30% 씩 구성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 현장으로부터 고른 목소리를 듣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홍보담당 임원들이 대거 초청받았다는 점에서 재계의 ''입''을 통해 경제민심을 파악하겠다는 뜻도 담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경제 문제에 관한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여론 형성층이 기업 및 연구소 홍보.기획 분야 중견 간부들이라는 판단"이라며 "대통령이 이들에게 자신의 경제철학을 직접 전달하는 한편 최근 논란을 빚어온 기업규제 문제 등에 대한 현장 여론을 듣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청와대측의 이번 행사를 반기는 모습이다.

16일 경제장관들과 30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규제 완화 간담회를 연 데 이어 대통령이 기업 일선의 간부들을 불러 직접 대화를 갖기로 한 데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정원조 홍보담당 상무보,LG전자 박종호 IR담당상무,SK 이노종 홍보전무,현대자동차 최한영 홍보상무, 황태현 포철상무등이 참석한다.

이들은 "재경부를 통해 22일 행사에 참석해주도록 요청받았다"며 "이 기회에 일률적인 출자총액규제와 부채비율 적용 등 기업 현실을 무시한 명분론적 개혁조치의 문제점을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이번 행사와 관련,기업측 참석자들에게 특별한 자료를 준비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간담회 현장에서 되도록 꾸밈없는 기업 일선 종사자들의 얘기를 가감없이 수렴하겠다는 뜻으로 재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최근 기회있을 때마다 "대화를 통한 맨투맨식 직접 홍보"의 필요성을 주위에 강조해 왔다"며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대립"구도로 비춰지고 있는 정부와 재계 사이의 "규제완화 논쟁"이 건설적 방향으로 수렴될 것을 기대했다.

이학영.이심기기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