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닥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오랜 ''침체의 계곡''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회복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미국의 유력 투자금융회사인 CSFB는 "한국은 이미 경기 저점을 통과했다"며 국가신용등급의 상향조정 가능성까지 언급했고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상반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산업생산, 소비심리, 기업인들의 체감경기 등 경기 관련 지표들도 일제히 호조세로 돌아서 이들의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지표의 반등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소비자전망지수 결과는 소비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재와 6개월 후의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와 소비자전망지수가 4개월 연속 동반 상승한 것.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경기 침체가 내수 침체로부터 촉발됐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이같은 조사 결과는 경기회복 가능성에 상당한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현장'' 경기 역시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백15.5를 기록, 작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기업인 2백명중 1백15명 정도는 5월 경기가 전달보다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분야별로 보면 내수BSI가 1백22.9로 수출 BSI 1백13.5보다 높아 내수쪽 경기회복세가 좀 더 빨리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들의 생산 활동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1.4분기 산업생산 증가율은 조업일수와 같은 변수를 제외할 경우 1월 5% 내외, 2월 6% 내외, 3월 6.2% 등으로 지난해 12월 4.7%를 계속해서 웃돌고 있다.

박화수 통계청 경제정책국장은 "작년 하반기 이후 계속됐던 증가율 하강 추세가 확실히 멈췄다"고 평가했다.

지난 2월 1백7만명에 육박했던 실업자 수도 지난달 급속히 줄어들었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에 따르면 지난 4월 실업자수는 80만명선으로 떨어졌고 6월말엔 70만명대로 줄어들게 확실하다.

◇ 경기바닥론의 확산 =경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던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5일 처음으로 경기회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경제를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잘하면 조만간 상당한 희망이 있다는 징조들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16일 ''4월 경제동향 분석''을 통해 급속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제까지의 경기지표들을 볼 때 1.4분기 성장률 전망을 당초보다 높혀야 할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티살로먼스미스바니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고 CSFB 역시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은 단정하기 이르다고 주장한다.

박 경제통계국장은 "경기 하강세가 멈췄다는 것은 맞지만 경기회복으로 돌아섰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몇 개월 더 지켜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산업생산과 설비투자 증가율이 10% 수준으로 올라서고 소비가 5∼6%선으로 높아져야 경기 회복을 점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5일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 한국의 수출과 주가.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는 등 외부 환경도 호재로 돌아설 조짐이 뚜렷해져 기대를 모으게 한다.

재경부 산하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내놓은 ''미국 FRB의 금리 인하 배경과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이번 금리 인하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3.4분기부터 조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 경우 한국의 수출 및 경제성장도 4.4분기부터 회복세를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 주가가 상승세로 반전될 경우 국내 주가도 상승할 것이며 엔·달러환율이 안정될 경우 원화 환율도 안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