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분기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6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예상치 못한 뉴스에 일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신경제의 종언론을 제기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경기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신경제 옹호론도 나왔다.

제비 한 마리를 보고 봄을 단언할 수 없듯이 성급한 판단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동안 신경제 하에서 기술 진보와 생산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른바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라는 논란이 계속돼 온 것도 사실이다.

컴퓨터 및 통신기술(IT)의 급속하고도 광범위한 보급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기술혁명으로까지 일컬어져 왔다.

이같은 기술 진보가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솔로는 1987년 이를 두고 "도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시대가 생산성 통계에서만 빠져 있다"며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기술 진보가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 해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논의가 제시된 것은 물론이다.

한편에서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 사용하던 산출의 개념과 이를 근거로 한 생산성의 개념을 변화된 경제에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주장했다.

즉 생산성은 향상됐지만 이를 제대로 계측할 수 있는 틀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의 속성상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기술 특성상,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데 들어가는 감춰진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메일이나 휴대폰 등 통신기술의 발전이 효율적 생산을 위해서만 쓰인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술 진보와 생산성 향상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혁신적 기술이 등장한다고 그러한 기술을 곧바로 생산에 적용할 수는 없다.

기존의 생산방식이나 제도의 저항, 혹은 수익성을 고려할 때 신기술이 생산성 통계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96년 이후 미국의 생산성이 이전에 비해 빠른 속도로 향상됨으로써 생산성 역설에 관한 논의가 일부 가닥을 잡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2000년 미 상무부의 보고서에서도 IT(정보기술) 생산업종과 달리 IT 사용업종(특히 서비스업)에서는 생산성 향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하겠다.

< 한국외대 교수 tsroh@maincc.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