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민경제 의식변화에 관한 연구"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3년동안의 국민 경제의식 변화에 대해 흥미로운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은 외국자본 유입을 우호적인 시선으로 보는 등 개방의식은 높아졌지만 경쟁보다 연고를 더 중시하는 등 경제의 기초질서 의식은 과거보다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합리적인 소비행태 여전=국민의 64.3%가 우리 사회의 총체적 거품이 여전히 빠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2년 전 조사때의 46%와 비교할 때 사회의 거품적 요소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평가다.

과시소비 충동구매 모방소비 등 비합리적 소비행태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국민들도 68.8%에 달했다.

2년전(37.7%)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외환위기를 겪었음에도 과시소비 등 비합리적 소비풍토는 여전한 것으로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자본 유입에는 긍정적=69.2%가 외국자본 유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2년전 조사(50.8%)에 비해 18.4%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유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66.9%에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98년3월) 조사때의 응답률 80.6%에 비해 크게 줄어 들었다.

국민들은 외자의 국내 경제 기여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는 이유로 "한국경제에 대한 기여없이 과실 송금에만 치중하기 때문"(36.6%)과 "고용불안 증대"(22.8%)를 꼽았다.

<>경쟁풍토는 오히려 퇴보=매매 거래 고용계약 등 경제활동에 있어서 "연고가 중요시된다"는 응답(49.3%)이 "경쟁이 중요시된다"는 응답(45.6%)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외환위기 전인 96년 4월(57%)과 98년 11월(57.1%)에는 경쟁이 중요시된다는 응답이 과반수였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KDI 관계자는 "경쟁풍토의 조성과 공정한 거래관행의 정착 등 시장경제 원리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성 있고 원칙 있는 정책 운영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평생직장에서 평생고용으로="평생직장"이 무너지고 해직과 채용이 더욱 빈번해지는 추세에 대해 전체의 57%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2년 전 63.1%보다 다소 낮아진 것.그러나 국민의 60%가 평생고용의 고용관행을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의류.신발비 가장 많이 줄여=2001년 조사(복수응답)에서 가장 많이 줄인 소비지출 항목은 의류.신발비(49.4%)와 외식비(46.8%)로 나타났고 다음은 "여가 및 문화생활비"(37.3%)였다.

KDI는 "경제상황이 불투명해지자 선택적 소비가 가능한 부문부터 소비지출을 억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필수적 소비라 할 수 있는 식료품비(23.7%)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이미 실제적 소비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반영했다.

<>우선 투자 대상은 여전히 예금=목돈이 생기면 어디에 투자하겠느냐의 질문에 과반수(56.9%)가 "금융기관 예금.신탁"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98년말(66.3%)에 비하면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수치지만 여전히 다른 재테크 수단을 압도했다.

부동산(24.4%) 주식(7.2%)은 98년에 비해 각각 6.2%포인트와 2.1%포인트 늘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