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테헤란 밸리 근처의 한컴벤처타운 3층에 위치한 한컴리눅스 사무실엔 "한국열병" 때문에 간호사에서 벤처인으로 "팔자"를 바꾼 일본 여성이 근무하고 있다.

쓰네타 아유미씨(34)가 그 주인공.쓰네타씨는 일본 열도의 최북단인 홋카이도의 삿포로에서 왔다.

쓰네타씨가 현재 하는 일은 일본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리눅스용 한컴오피스(일본 출시 상품명.두오피스) 프로그램을 일본인들이 사용하기에 보다 친숙하고 편안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본어 홈페이지 관리와 고객지원 업무도 하고 있다.

즉 한컴오피스의 "일본화"작업을 하고 있는 것. 쓰네타씨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전의 일이다.

당시 삿포로에 있는 한 소아과 병원에서 간호사를 하고 있던 그는 휴가를 이용해 잠깐동안 한국에 여행을 오게 됐다.

홋카이도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옆자리에 앉은 한국 유학생과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그 만남을 계기로 쓰네타씨는 그 한국인 친구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며 지냈다.

그러던중 쓰네타씨는 어느날 친구로부터 한국말을 배워보는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잠시동안 간호사일을 접고 서울에 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1999년 4월 쓰네카씨는 연세대 어학당에서 3개월 과정을 들었다.

하지만 친절한 한국사람과 맛있는 한국음식에 푹 빠진 그는 3개월 코스가 끝난 뒤에도 발걸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저 취미삼아 한글을 배웠죠.돌아가서 간호사 일을 다시하면 병원에 오는 한국인 환자들을 도울 수는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3개월,6개월 하던게 결국은 2년이 됐네요"

쓰네타씨는 인생항로가 이같이 바뀐 것에 대해 자기도 이해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던 쓰네타씨는 지난해 아르바이트 삼아 한소프트 일본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면서 한국 벤처에 발을 들이게 됐고 지난해 10월 정식으로 한컴리눅스에 채용됐다.

일본에서 간호사를 할 때보다 급여수준이 반 정도 밖에 안되고 근무시간도 훨씬 많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쓰네타씨는 그러나 "일본에서도 인정받은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한국벤처문화에 대한 질문에 그는 "한국에선 어디서나 "빨리빨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선 얼마나 빨리 하는냐보다는 얼마나 완벽하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제품에 조그만 문제가 있더라도 일본인들은 외면하거든요"라고 꼬집는다.

쓰네타씨는 당분간 한국에서 머물며 벤처인으로서의 삶을 만끽할 생각이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