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술을 한잔 걸친 샐러리맨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노래방으로 향한다.

흘러간 옛 노래부터 신곡까지 수천 곡이 들어있는 노래방 반주기의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나오는 화면이나 반주기를 살펴보면 "금영"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금영은 한국 최대의 노래방 반주기 제조업체다.

전국 노래방 반주기 10대중 6대가 금영 제품이다.

금영(대표 김승영)은 1983년 비디오게임 제조업체인 남경실업으로 출발했다.

지난 1989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금영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일본을 자주 방문하던 김승영 대표는 1990년 레이저디스크로 음악을 연주하는 영상전자반주기(가라오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노래방 기기를 만들면 히트를 칠 것 같아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러나 일본처럼 단순히 디스크를 통해 노래를 틀어주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반주 방식을 택했다.

벽돌깨기 등의 전자오락기를 만들었던 경험 덕분에 1년만에 그 성과물이 나왔다.

컴퓨터전자반주기(CPM)가 굉장한 반응을 일으켰다.

전국의 노래방과 단란주점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공급이 부족할 정도였다.

수출도 제품 생산 첫 해부터 시작됐다.

현재 영상전자기기의 선진국인 일본으로 역수출되고 있다.

금영이 일본 가라오케 기기의 수입을 막고 한국 시장을 지킨 셈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동남아 등 세계 10여개국에 반주기가 수출되고 있다.

노래방 수요와 소비자의 욕구가 커짐에 따라 시장은 새로운 제품을 요구했다.

음질의 고급화와 수록된 곡이 다양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외면했다.

이에 자극받은 금영은 기존 방식을 탈피하는 획기적인 제품 개발에 나섰다.

합창 반주가 들어간 "코러스88"이 그것이다.

새로운 노래문화 창조와 노래반주기 교체를 선언하며 내놓은 회심작이다.

기존의 노래방 기계는 반주 위주였다.

그러나 "코러스88"에는 합창음이 들어가고 음악에 맞는 추임새를 끼어넣어 분위기를 확 바꿨다.

노래를 못하는 사람도 이 반주기로 노래를 부르면 방송국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모두 이 노래방 반주기가 사용되고 있다.

북한에도 금영 제품이 있다.

금강산 유람선에는 물론 금강산 관광버스에 노래방 반주기가 설치돼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노래방 반주기 20세트를 북한 예술단에 기증했다.

김 대표는 6월10일께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북한 방문 1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리는 MBC 음악연주회에 초청을 받았다.

금영은 매년 음향연구소와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새로운 모델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3백8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내수 4백억원과 수출 2백만달러가 목표다.

연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금영은 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매년 반주기를 고아원 양로원 등에 기증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업으로서의 도덕성과 책임을 가지고 경영에 임할 것"이라며 "세계 영상전자 반주기 업계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051)867-2550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