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위의 동제련업체인 카자흐스탄의 카작무스(카작 코퍼 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인 삼성물산 차용규 상무.

지난해 매출 7억7천만달러, 세전이익 3억1천만달러의 실적을 올린 초우량기업이지만 95년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위탁경영을 의뢰받을 당시만 해도 부도 직전의 상황이었다.

이곳에 부장으로 발을 디딘 차 상무가 출근 첫날 받은 전화는 러시아 마피아들의 채무독촉이었다.

당시 이 회사는 총 1억8천만달러의 빚더미에 허덕였고 삼성물산은 위탁경영의 조건으로 정부에 채무지급 정지를 요청했다.

"중앙정부에서는 이를 받아들였지만 상대는 기름 납품업체와 결탁해있던 마피아였습니다. 수시로 AK소총을 들고 사무실에 나타나 돈을 갚으라고 협박했습니다"

마피아들이 총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안경이 깨지면서 얼굴이 찢어지기도 했다.

변변한 병원도 없어 꿰매지도 못했다.

치안이 허술해 밤에는 숙소밖을 나가지도 못했다.

처음 9개월 동안은 방문을 잠그고 침대로 바리케이트를 만든뒤 맨 바닥에서 잤다.

"그때가 직장생활 18년 기간중 가장 힘들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마음고생할까봐 얘기도 못꺼냈습니다"

중앙정부에 개입을 요구하고 2백만달러를 주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했지만 마피아들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설비를 들여올때도 국경에서 "통과세"를 요구했다.

이렇게 3년동안 사선(死線)을 넘나드며 카작무스를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카자흐스탄 수출의 14%를 담당하는 대표기업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