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 제한,부채비율 2백% 이하 축소,30대 기업집단 지정제도 등과 관련해 최근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벌인 공방은 앞으로 경쟁정책에서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기본적 과제들을 던져 주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경쟁정책의 ''탄력성''이다.

1980년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기술적 리더십을 상실하고 경쟁력이 약화되는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반독점법도 비난의 대상이 됐던 적이 있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법이 어느새 기업들의 경쟁력에 장애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그후 연구개발을 포함해 기업들간 동맹에 제한적 요소들이 철폐되고,신기술의 응용을 목적으로 한 공동생산까지 허용됐다.

이 뿐만 아니다.

수직적 결합이나 거래계약의 ''친경쟁성''을 입증하는 시카고 학파의 경제이론이 법의 집행에서 반영되기도 했다.

또 지금은 급변하는 기술혁신 시대에 걸맞은 경쟁정책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환경에 따른 이런 탄력성이 미국 경쟁정책의 원칙을 훼손시켰다고 보는 이는 별로 없다.

경쟁정책의 ''동태성(動態性)''도 중요하다.

정태적(靜態的)으로 경제력 집중만을 따지고,과거에 기업들이 그러했기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기업 산업,그리고 금융 환경이 너무 급변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사업이나 역량도 정태적인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특히 업종간 기술적 융합이 가속화되는 추세에서 재래적 기준만으로 ''핵심사업''을 정의하거나,''관련다각화''니 ''비관련다각화''를 따지는 것도 한계가 있긴 마찬가지다.

경쟁정책의 ''전문성''도 시급하다.

경쟁환경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추론하는 능력(reasoning)이 부족한 경쟁정책은 필연적으로 경직된 기준만을 들고 나오게 마련이다.

업종별 차이를 무시하거나 기업규모라는 잣대가 그 대표적 사례다.

''One-size-fit-all''식의 기준은 기업의 변화와 혁신,그리고 다양성을 질식시킬 가능성이 많다.

''장기적 시각''도 필요하다.

지금 유망산업에 대한 신규투자가 중요하고 급변하는 국제적 분업체계에서 동태적 비교우위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신고전파적 관점에서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후생의 희생을 지적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다.

우리 경제에서 산업의 성장원천이 사라진 뒤 경쟁정책이 무엇을 의미할 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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