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파이낸셜타임스(FT) 선정 글로벌 5백대 기업의 특징은 ''신약구강(新弱舊强)''과 ''빈익빈 부익부''로 요약된다.

신경제 기업은 퇴조하고 구경제 기업이 재부상했다.

미국의 집중화로 대변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두드러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기업들은 ''빈익빈''에 시달렸다.

◇추락한 한국기업=글로벌 5백에오른 4개 한국기업의 순위가 일제히 떨어졌다.

특히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은 최대 순위하락 기업 12위와 22위에 오를 정도로 추락폭이 컸다.

일본을 제외한 아·태지역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졌다.

아·태지역 1백대 기업중 한국기업은 7개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11개였다.

톱 10기업에도 삼성전자가 10위에 턱걸이한 게 전부였다.

반면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홍콩은 아·태지역 톱 10중 1,2위를 포함해5개를 휩쓸었다.

아·태지역 1백대 기업에도 홍콩은 가장 많은 24개 기업을 올려놓았다.

숫자 면에서 한국(7개)은 호주(21개) 대만(16개) 싱가포르(14개)는 물론 인도(9개)에도 뒤졌다.

◇빈익빈 부익부=미국의 집중화가 가속화됐다.

미국은 5백대 기업중 절반 가까운 2백39개를 휩쓸었다.

지난해(2백19개)보다 20개나 늘었다.

올해 글로벌 5백에 오른 미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10조8천6백64억달러.2위인 일본(1조7천8백58억달러)의 6배가 넘는 액수다.

지난해 77개였던 글로벌 5백 일본기업은 올해 64개로 줄었다.

한국 대기업들도 ''빈익빈'' 쪽이었다.

글로벌 5백대 한국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지난해(포철 포함 총 1천4백87억달러)의 절반이하로 줄었다.

이때문에 국가별 순위는 16위로 지난해와 같았지만 액수면에서는 15등인 호주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호주의 시가총액은 1천6백78억달러인 반면 한국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7백44억달러였다.

◇구경제 기업의 재부상=지난해 신경제 기업은 톱10중 6개였다.

올해는 3개로 줄었다.

신경제 기업들의 추락은 아찔할 정도였다.

지난해 44위에 올랐던 소프트뱅크는 4백47위로 추락했다.

야후도 지난해 40위에서 3백24위로 밀렸다.

1년 만에 우수기업에서 낙제기업으로 전락한 셈이다.

시스코는 4위에서 24위,루슨트테크놀로지는 9위에서 95위로 각각 밀렸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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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기업선정 기준 ]

글로벌 5백대 기업 순위를 매년 발표하는 매체는 FT 외에도 미국의 경영격주간지 포천이 있다.

포천의 경우 매출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매출은 기업의 외형적인 덩치만 잰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FT는 시가총액으로 순위를 매겼다.

시가총액은 △미래 잠재력 △주주가치 △수익성을 모두 반영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를 종합평가하는 21세기형 기준으로 애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