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재계간 기업규제를 놓고 공방이 일고 있는 가운데 4월중 지주회사 5개사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기업규제 완화에 대한 재계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더욱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4월중 LGCI, 동원엔터프라이즈, 풍성모터스, 원진, 엘파소코리아홀딩 등 5개사가 지주회사로 전환·설립을 신고, 기존 8개사를 합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13개라고 밝혔다.

기존 지주회사로는 SDN, 대한색소공업, 온미디어, C&M커뮤니케이션, 에스케이엔론, 화성사, 리타워텍, 우리금융지주회사 등 8개사였다.

◆ 신설 지주회사 현황 = 지난해 1월부터 본격화된 지주회사는 그동안 드문드문 신고가 됐으나 지난 4월에만 무려 5개사가 신고했다. 올 들어서는 한빛은행 등 금융부실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사 5개를 묶은 우리금융지주회사가 유일했다.

이번에 신고된 5개사는 모두 자산총액 중 자회사지분 합계액 비율이 50% 이상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해당된다.

이들은 화학, 식품, 발전 등 다양한 분야를 영위하고 있으며 규모는 자산총액이 2조6,000억원인 LGCI부터 470억원인 동원엔터프라이즈까지 다양하다.

부채비율은 LGCI가 100%를 초과하나 1년간 유예대상으로 판정받았으며 나머지는 100% 이내로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했다. 특히 동원은 부채비율이 0%다.

자회사수는 LGCI가 13개인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4개사는 1∼6개다.

◆ 구조조정 수단으로서의 지주회사 = 공정위는 이처럼 지주회사가 늘어난데 대해 "기업경영의 투명성 증대, 핵심역량구축, 외자유치 등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지주회사가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LG그룹의 예를 들어 LGCI를 화학중심의 지주회사로 전환해 투명성 제고 및 핵심역량 집중 등 원활한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여건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일 LG화학은 LGCI, LG화학, LG생활건강 3개사로 분할하고 그중 LGCI가 일반지주회사로 전환됐다.

또 공정위는 LG그룹이 체제를 화학 및 전자로 나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을 추진중이며 화학부문에 이어 LG전자도 올해말 지주회사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공정위의 의도는 명확하다. 지주회사 전환전에는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로 지배구조 개선 및 구조조정 추진에 애로가 있으며 △계열사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파급되는 리스크가 확대됐으나 지주회사를 통해 △출자구조를 단순화해 기업투명성 확보 및 구조조정 추진을 용이하게 하고 △자회사 실패에 대해 출자범위내 책임으로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외자유치 수단으로서의 지주회사 전환도 있다. 엘파소코리아홀딩의 경우 한국종합에너지(기존 한화에너지)가 신규로 발행한 주식 2,000만주(지분 50% 확보)를 1,306억원에 인수해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도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구조조정 효과 등의 분석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주회사의 설립·전환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남기 공정위원장이 9일 출자총액제한제도, 30대 기업집단제도, 부채비율 등에 대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재계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음을 감안하면 자연스레 현 제도내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주회사제도는 정부와 재계가 지난 98년 합의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 △핵심역량 강화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책임 강화 등 5가지 기업개혁 원칙을 비롯, 99년에 추가 합의한 3가지 원칙중 △순환출자 억제 및 부당내부거래 차단 등에 부합한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재계 주장에 대해 "지주회사는 재벌체제를 공식화해주는 제도"라며 "시장시스템이 확립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설립요건을 완화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