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일부 과장들이 공정위 홈페이지에 국장급 이상 간부들의 용퇴를 촉구하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중앙부처에서 인사적체를 이유로 간부급에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일부 과장들은 지난 9일 ''우리 공정위를 사랑하는 과장 몇 사람의 모임'' 명의로 ''우리 공정위를 지켜나가기 위한 안에서의 목소리''란 제목의 글을 공정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들은 "다른 경제부처는 인사 쇄신으로 젊어지고 있는데 반해 공정위는 인사 적체로 늙은 부처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며 "정년 또는 상식선 이상의 계속 근무를 고집하기보다는 밖에서 일할 만한 자리가 마련되면 과감한 용퇴를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글은 "선배들이 후배들과 조직에 짐이 되면서까지 계속 근무를 하고 있다"며 "밖으로 옮기면 본인도 좋고 조직에도 좋다"는 등의 직설적인 표현까지 동원했다.

이 글은 지난 9일 오후 공정위 홈페이지에 게시됐다가 한시간만에 삭제됐지만 내부 게시판에 여전히 올라 있으며 과장급 이상 간부들에게는 e메일로 전달됐다.

현재 다른 경제부처는 행시 13∼14회가 1급, 17∼19회가 국장직을 맡고 있는데 비해 공정위는 10회가 1급, 13∼17회가 국장직에 있을 정도로 인사적체가 심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공정위내에서는 "인사적체에 따른 사기저하가 심각한 만큼 이번 기회에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지론과 "공무원 조직의 위계질서를 뒤흔드는 행위"라는 반발이 맞서고 있다.

공정위의 한 국장급 간부는 "재경부와 산자부의 경우 산하기관을 거느리고 있어 간부들이 과감히 퇴직해도 옮길 자리가 있지만 공정위는 산하기관이 없는 탓에 고참들이 자리 보전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