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표 본드,곰표 밀가루,노루표 페인트,캉가루표 가죽장갑,비사표 성냥"

세련되지는 않지만 친근한 느낌을 주는 동물브랜드.

21세기 첨단 정보화시대를 맞아 동물브랜드가 점차 멸종(?)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건재한 브랜드도 있다.

동물간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는 동물로는 비사,노루,곰,돼지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브랜드는 대부분 30년~50년된 장수브랜드들로 경공업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48년에 설립된 남성성냥은 간판브랜드인 사자표와 비사표(나는 사자)중 사자표는 없앴고 비사표만 살렸다.

국내 페인트업계를 이끄는 DPI의 경우 지난해 대한페인트잉크에서 사명을 바꾼 후에도 노루표란 브랜드는 유지하고 있다.

한영캉가루는 55년 설립이후 반세기 가깝게 가죽장갑을 캉가루표로 만들고 있다.

대흥화학공업은 돼지표 본드로 튼실하게 경영하고 있다.

대한제분은 53년 설립이후 여러 종류의 동물 브랜드만을 고집해오고 있는 특이한 업체.

지난해 20만t을 판매한 곰표 밀가루는 이 회사의 간판 브랜드.

제빵용은 코끼리표,과자용은 암소표 등 용도별로 다른 동물명을 사용하고 있다.

같은 용도의 밀가루도 품질등급에 따라 다른 동물명을 쓰고 있다.

예컨대 국수나 수제비를 만드는 밀가루의 경우 1등급은 곰표,그 다음은 독수리표 공작표 순으로 등급이 매겨져있다.

흔치는 않지만 최근 새로 등장한 것도 있다.

국내 최대 작업수공구업체인 세신은 90년대 초반 버팔로란 브랜드를 쓰기 시작했다.

창업자인 노성권 회장의 호인 야우(들소)를 딴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브랜드도 있다.

오리표가 한 예.

부엌가구 업체인 에넥스는 92년 기업이미지 변경작업을 한뒤 오리표를 쓰지않고 있다.

상표권만 보유하고 있는 상태.

에넥스 관계자는 "부엌가구업체의 경우 백곰표 백조표 거북표 등 동물 브랜드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중 몇몇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기업이미지 통합업체인 CDR어소시에이츠의 민민식 연구원은 "동물 브랜드는 해방이후부터 70년대까지 활발히 등장했지만 다양한 어원의 브랜드들이 쏟아지면서 이제는 뜸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 대신 캐릭터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부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켓몬스터처럼 동물이미지 캐릭터가 뜨면서 이를 활용한 브랜드들이 늘고 있는 것.

제일제당은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내세운 어린이용 소시지를 비롯해 고양이와 생쥐를 의인화한 톰과제리 브랜드의 어린이용 치약과 칫솔을 판매중이다.

캐릭터플랜은 한솔교육에 꼬마전구와 나비를 합성해 만든 캐릭터 씽키를 납품하기도 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