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파도와 같아서 산과 골짜기를 반복하면서 움직인다.

꺼질 때는 한없이 꺼질 것 같지만 바닥이 있다.

올라 갈 때는 끝없이 올라 갈 것 같지만 정상이 있다.

경기는 정점과 저점을 진폭으로 삼아 사이클(cycle) 모습을 그리면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경기가 부침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시도되어 왔다.

1백% 지지를 받는 이론은 없지만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기업의 부정확한 수요예측으로 재고가 적정량보다 많게 되거나 적게 돼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경기변동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풍부한 유동성으로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과잉설비가 축적됐을 때 버블이 발생하면서 경기가 급락한다는 견해다.

두 이론 모두 인간 예측능력의 한계와 경제심리의 불가측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경기변동의 원인이 어느 쪽인가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과잉 설비의 조정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제의 장기침체로 연결된다.

1930년대의 대공황이나,90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장기불황이 모두 버블로 인한 과잉설비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우다.

반면 재고과잉은 기존 설비의 가동률 변화만으로도 단기간에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작다.

다행히 20세기 이후 발생한 대부분의 경기변동은 재고조정으로 인한 순환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의 모습이 재고조정으로 인한 경기사이클의 형태를 띠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경기는 98년 3.4분기를 저점으로 출하 감소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재고가 감소하는 전형적인 경기회복 국면을 나타냈다.

99년 2.4분기부터는 월 평균 10% 이상의 감소를 기록했던 재고가 증가세로 전환돼 2000년 1.4분기에는 10.2%를 기록했다.

이때 출하도 평균 20% 이상 증가하여 경기는 급상승했다.

2000년 2.4분기부터는 출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재고는 급증해 작년 4.4분기의 재고증가율은 16.2%를 기록했다.

출하는 감소하고 재고는 증가하는 경기후퇴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작년 4.4분기의 경제성장률은 4.6%로 지난해 평균 증가율 8.8%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고 경기부진은 금년 1.4분기에도 이어졌다.

최근 미국경기가 예상 밖으로 호조세를 나타내고 기업의 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 태도지수(CSI)가 호전되는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재고 순환과정을 반복한다면 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경기의 반등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홍순영 <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장.경제학박사 serihsy@s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