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 거래 기업들에 대해 과징금을 대폭 늘려 부과키로 하는 내용의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내달중 내놓기로 한데 대해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불공정 거래 기업들에 대한 징벌의 강도를 높이기로 한 것과 관련,원론적으로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혹시라도 "대기업 군기 잡기"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조치가 아니냐는 불만도 숨기지 않는다.

매출액이 큰 대기업일수록 새 제도에 따른 부담이 커지는게 이번 조치의 특징이다.

과거와 달리 과징금에 대한 상한선이 없어지고 매출액의 2~3% 내에서 일정 비율에 따라 과징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 과징금 부과 현실화의 배경 =법에서 허용한 한도만큼 실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자는 것이 공정위가 밝히는 개정 배경이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매출액의 최고 3%,일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최고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세부지침인 고시에서는 과징금 부과액이 각각 20억원과 5억원을 넘을 수 없도록 ''상한선''을 두고 있다.

또 현행 고시는 과징금이 매출액에 비례해 올라가지만 일정 수준에 달하면 매출액이 커도 과징금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매출액에 비례해 과징금 액수를 산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사업자에게 공정위의 과징금이 ''처벌''로서의 위력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7일 공정위의 시정 조치를 받은 한국까르푸는 광고선전비 등을 납품업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시켜 지난 2년간 1천5백49억원의 피해를 줬지만 과징금 부과액은 불과 5억원에 그쳤다.

◇ 어떻게 바뀌나 =매출액이 크면 클수록 그에 비례해 과징금 액수도 커진다.

매출액이 큰 대기업이 부당 행위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징금 부과기준 매출액이 5천억원인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위의 시정 조치를 받을 경우 현행 고시에 따르면 과징금 액수는 4억1천6백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새로운 고시에 따라 법정 최고한도대로 부과받을 경우 1백50억원에 달한다.

무려 3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매출액 규모가 클수록 이같은 격차는 심화된다.

부당공동행위(담합)나 부당내부거래는 이미 이같은 방식으로 ''시행령''에서 직접 규제되고 있다.

◇ 문제는 없나 =대기업들의 불공정 관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섣불리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가는 엄청난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매출액이 적은 만큼 새 제도로 인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정위가 또 다른 강력한 기업규제 수단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가 법정 최고한도로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해당 기업에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이 될 것인 만큼 자칫 ''재벌 군기 잡기''의 방편으로 이용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