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한창 좋을 때 서류상으로 미리 뽑아 두었던 대학생들의 입사를 취소하는 미국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조그만 신생 업체에서부터 인텔과 같은 초우량 기업들까지 첫 출근도 못해본 예비 사원들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번 외환위기 때 한국에서 벌어졌던 일이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이들 기업은 정중한 사과 편지와 함께 입사 제의를 없었던 일로 하고 있다.

대신 적게는 2주치,많게는 3개월치 월급을 보상금으로 주고 있다.

최근 8천5백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한 시스코시스템스는 대졸예정자들의 채용 계획을 백지화했다.

지난해 유명대학을 찾아다니며 우수 인재들을 입도선매했던 이 회사는 3개월치 급여를 입사취소 대가로 주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2개월분 월급과 입사 계약체결 때 약속한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통신장비 업체인 노텔네트웍스는 1천달러 이상의 위로금을 주었다.

델컴퓨터는 졸업자들에게는 한달치 봉급을,인턴십을 약속한 졸업예정자들에게는 인턴 기간의 학비를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입사 계약을 파기했다.

경기 둔화로 1천7백명을 해고해야 할 판에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없다는 게 계약파기의 이유였다.

물론 전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일부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철회한 적은 더러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한꺼번에 많은 기업들이 나서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더욱이 사과성 보너스를 주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기업 이미지가 한번 나빠지면 만회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기업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나 별다른 보상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 약속을 깨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텍사스주립대의 조사에 따르면 23개의 첨단기술 업체 및 투자은행 건설회사들은 보상 기준이 낮거나 아예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웹컨설팅 업체인 새피언트는 2주일분 봉급을 지급했고 픽소라는 네트워킹기술회사는 어떤 보상도 하지 않았다.

미 기업들은 그동안 경기가 좋을 때는 신입사원을 일단 먼저 채용한후 할 일을 정해 주었다.

하지만 올들어 경기가 급속히 나빠지면서 기존 직원도 내보내야 할 처지가 되자 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