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성냥 양초 등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이른바 "향수(鄕愁)산업"들이 21세기 첨단 정보화 시대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80년대초만해도 전국의 군단위로 하나씩 있던 항아리업체.다 떠나고 5~6개사 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 전통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고조 할아버지 때부터 1백여년째 항아리를 생산하고 있는 "안성맞춤 항아리"(사장 유수봉).이 회사 관계자는 "플라스틱 제품이 득세를 하고 김치냉장고가 등장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게 사실"이라며 "항아리를 만드는 사람 대부분이 50대 이상인데다 젊은이들은 항아리 제조법을 배우려고도 하지 않아 안타깝지만 이 사업을 포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인천 신일토기의 강용복 전무는 "간장도 담가먹지 않을 정도로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있어 항아리업계는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며 "하지만 한국인의 얼이 담긴 사업인 만큼 애정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냥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20여년 전만해도 전국의 성냥회사는 3백여개에 달했다.

지금은 5~6개 회사만 남을 정도로 위축됐지만 최근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판촉용 성냥매출이 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천안에 소재한 조일성냥 관계자는 "발화용도로서 라이터에 밀리고 자동점화 장치가 많아지면서 파는 물량이 전성기 때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다"며 "식당 등에 판촉물 위주의 제품만 공급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직원은 20년전 3백여명까지 이르렀지만 35명으로 줄었다.

경남 진영에 있는 경남산업공사의 조창순 사장은 "예전엔 한국산 포플라로 성냥을 만들었는데 요즘엔 아예 재료를 중국에서 사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도 환경문제를 생각해 성냥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초산업도 비록 중국 양초업체들의 저가전략으로 위기에 처해 있지만 명맥은 이어오고 있다.

고부가가치의 팬시양초나 공예양초(향기초,물에뜨는 초)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수복양초의 이종출 총무는 "지난해 중국에 공장을 세워 그곳에선 막초를 생산하고 한국에선 인테리어 소품 등에 필요한 양초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공예양초의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양초는 팬시개념의 양초로 상당한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작년에 일본지역으로 13만4천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그러나 중국이 저가품으로 미국 유럽시장등을 공략하고 있어 수출확대가 쉽지는 않다.

이 회사는 기술개발로 승부를 걸기로 하고 자동화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