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자계 영업익 높은 이유 ]

"사업목적과 관련이 없는 투자는 최대한 줄인다. 투자자금은 외부 차입금보다는 내부에서 조달한다"

외자기업의 재무관리 원칙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들은 이런 철칙을 고수함으로써 자산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시중금리의 급변 등 각종 리스크로부터 국내기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안정적이고 원활한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다.

이를 통해 외자계는 사업 본연의 수익성 추구에만 몰두하고 그 결과 국내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 97년 말 이전 산업자원부에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신고한 외자계 제조업 96개사와 자산기준 국내 40대 그룹(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 등 부실그룹 제외)의 재무적인 특성을 비교,분석한 보고서는 외자기업의 차별적인 경영을 회계적으로 잘 보여준다.

◆ 투자 =외자기업의 총 투자금액 중에서 비관련사업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인데 비해 40개 그룹은 35%에 달한다.

이들 그룹은 IMF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라는 정부 방침에 맞추기 위해 계열기업의 자본금을 늘려줬고 이에 따라 비관련사업 투자가 외환위기 이전 24%에서 35%로 증가했다.

비관련사업 투자비중이 낮은 만큼 경영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산효율성에서도 외자기업은 40개 그룹에 비해 경쟁력을 갖는다.

수치가 높을수록 자산이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산회전율이 외자기업은 1.02배, 40개 그룹은 0.77배로 나타났다.

◆ 자금조달 =외자기업은 투자재원을 주로 내부자금(당기순이익-배당금+감가상각비)으로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외자기업의 투자금액 대비 내부자금은 1백81%나 되지만 40개 그룹은 60%에 그치고 있다.

국내 그룹은 내부자금 규모를 훨씬 웃도는 투자를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부족한 자금을 은행 차입,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변동이나 자금시장 여건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자금조달 방식의 차이로 인해 차입금 의존도에서도 40개 그룹은 외자기업(28%)에 비해 10% 포인트 높은 38%를 기록했다.

◆ 경영성과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은행 차입금과 회사채 등의 이자를 정상적으로 갚을 수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재무지표다.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눠서 구하는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으면 이자를 갚지 못해 부도에 직면하거나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음을 뜻한다.

외자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7배, 40개 그룹은 1.0배로 나타났다.

국내기업은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를 갚기에도 허덕거리는 셈이다.

수익성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에서도 외자기업은 외환위기 이전 7.5%에서 외환위기 이후엔 9.1%로 개선됐다.

하지만 국내기업은 외환위기를 전후해 7.1%에서 6.3%로 악화됐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수익성이 비슷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