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지방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수도권 대기업에 비해 자금이나 정보,인재확보 측면에서 불리한 여건에 있는 만큼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여기는 업체도 많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황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대도약을 추구하는 최고 경영자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한 채 기술개발에 매달려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기 견인차,비디오 헤드드럼,용광로 필수부품인 풍구 등….

틈새시장 공략과 발상의 전환,노사일체 경영 등을 통해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중인 지역기업·CEO의 성공스토리를 주 1회씩 소개한다.

"자신이 모르는 사업은 절대 넘보아선 안된다"

항공기 견인차등 특장차를 생산,연 60억원이상의 매출액을 올리는 신정개발 김종순 사장(45)이 현재 연구개발중인 제설차를 바라보면서 던진 성공의 메시지이다.

김 사장은 지난 82년 현대자동차 탱크로리 특장차 설계부에 입사,근무해오다가 국산 특장차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엄청난 개발비용 등에 부딪혀 1년여만에 꿈을 접어야했다.

집을 팔고 퇴직금 등으로 모은 전 재산 2억원으로 펌프카를 산뒤 건설공사 현장을 돌며 돈을 버는데 열중했다.

이렇게 해서 모은 15억원을 지난 86년 블록공장에 투자했다.

그러나 1년도 못돼 죄다 날려버리고 말았다.

''화려한 외도''가 ''처참한 실패''로 끝난뒤 천직인 특장차 생산에 다시 매달렸다.

지난 87년 8월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산 중턱에 신정개발이란 회사를 차렸다.

바람막이조차 없는 허름한 작업장이었다.

국산 특장차 개발을 위해 와신상담중이었던 그에게 인생의 판도를 뒤바꿀 청신호가 날아왔다.

바로 현대자동차에서 8톤 청소차를 만들어 공급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온 것이었다.

김 사장은 2년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국내 최초로 국산부품만을 쓴 고성능 도로청소차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환경보전에 대한 의식이 날로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전국에 1백80대의 차량을 공급했다.

순항중인 김 사장에게도 IMF외환위기는 매서웠다.

당장 수주물량이 격감했다.

그러나 결코 좌절하지 않고 공세 경영에 나섰다.

외국제품을 수입해 썼던 항공기 견인차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당시만해도 모든 직원들이 무모한 일이라며 극구 말렸다.

때마침 공군에서 민·관·군 협력사업으로 추진한 항공기 견인차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1만파운드의 항공기를 끄는 견인차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신정개발의 항공기 견인차는 영하 40도의 추운 날씨에도 정상적으로 작업을 할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다.

품질이 우수한만큼 해외시장에서의 수출 주문도 잇따랐다.

신정개발은 지난해 청소차 등을 합해 지난해 8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과 산림청등에서 비행기나 헬리콥러를 견인하는 차량은 대부분 신정개발 제품이다.

최근에는 국방부 방위산업체로 지정받았다.

그는 지금도 온몸에 기름때를 묻혀가며 제설차와 터널청소차등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일궈낼때까지는 결코 작업복을 벗지 않을 생각이다.

아직도 벼랑 끝에 서 있듯 긴장감속에 살고 있다.

사업 첫 실패후 결코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제품 개발에 관한 그의 각오는 자못 비장하다.

"세계 제일의 제품을 만들기위해 목숨을 바쳐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혼까지 바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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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