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경제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중 하나를 꼽는다면 미국 상무부에서도 인정했듯이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발명을 들 수 있다.

경기상황.경기변동에 대한 분석, 국가간의 경제력 비교, 정부의 경제정책도 GDP라는 일관된 척도가 있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GDP는 보통 분기가 지난 후 상당기간이 지난 다음에 추계돼 현재의 경제상황과 최소한 3개월의 시차가 있고 미래의 경기흐름을 보여주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러한 속보성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주는게 산업생산 지표다.

산업생산 지표는 광업 제조업 전기.가스업을 대상으로 매달 발표된다.

최근 3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에 비해 6.2%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다.

1.4분기 GDP 성장률을 알 수 없는 지금, 현재 경기상황이 어떤지를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통계는 해석이 중요하다.

같은 수치를 놓고서도 경기전망이 엇갈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증가율은 비교 시점에 따라 전년 동기비 기준과 전기비 기준 두 가지가 있다.

보통 우리가 증가율이라 할 경우 전년 동기비를 의미한다.

그러나 경기의 방향과 속도를 판단하기에는 전년 동월비 기준은 충분치 않다.

작년 같은 기간의 경기가 침체했다면 현재 수치는 경기가 호황이 아니어도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전년 동월의 경기가 호황이면 올해 경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아도 성장률은 낮게 나올 수 있다.

현재의 경기가 상승국면인가 하강국면인가에 대한 판단은 전월과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설사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낮은 수치라 해도 전달에 비해 플러스 성장을 보이면 경기는 상승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 9월 산업생산증가율은 전년 동기에 비해 15.2%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4.2%를 기록, 경기가 하강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작년 9월 이후 전년 동기대비 산업생산 증가율은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전기비로는 계속 감소했다.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전기비 증가율은 각각 0.0%, -1.9%, -0.84%로 경기는 계속 하강곡선을 그렸다.

올해들어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전기비로는 1월부터 3월까지 1.0%, 1.0%, 0.3%로 소폭이나마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는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증가속도가 느려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 경기가 더 이상 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경기회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시점에서는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보다는 전기비 증감률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홍순영 < 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장.경제학 박사 serihsy@s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