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정관리·화의기업에 대해 일제 조사에 나선 것은 이들의 덤핑 등 시장교란 행태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칫 우량 기업들에까지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전염''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이들 기업을 시장 원리대로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결코 식지 않았음을 대내외에 분명히하겠다는 속내도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정관리·화의업체들에 대한 본격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또 기업구조조정 촉진 특별법에 법정관리.화의업체에 대해 채권단이 단계별로 일정 내용의 정리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마련,이들 기업을 상시퇴출시스템의 통제 아래 둘 방침이다.

◇ 왜 조사하나 =정부 고위관계자는 조사 착수 배경에 대해 "흡혈귀 같은 행동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화의업체들이 채권단으로부터 채무 탕감과 상환만기 연장 등의 혜택을 받고서는 저가덤핑 공세로 우량 기업들의 목을 죄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 구조개혁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이번 조사의 배경이 됐다.

진념 경제팀 출범 이후 ''정부가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경기 활성화 쪽으로 정책의 큰 줄기를 선회했다''는 평가가 확산돼 온 것이 사실이다.

진 경제팀은 이번 조사와 향후 조치들을 통해 이런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어떤 조치를 취하나 =재경부 관계자는 "법정관리.화의업체의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정보는 모두 수집할 방침"이라며 특히 △재무건전성 △부실경영 여부 △덤핑판매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업체간 과당경쟁이 심해 자율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는 7개 업종(시멘트 제지 면방 화섬 전기로 석유화학 농기계) 소속 업체들에 대해서는 특히 면밀한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사 결과 덤핑 정도가 심한 업체에 대해서는 법원과 해당 업체에 일단 시정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시정 요구를 거부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회사정리.화의절차의 취소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하도록 유도하고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아 법정관리.화의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퇴출을 추진토록 할 계획이다.

◇ 상시퇴출 구체화 =아울러 올 상반기중 기업구조조정촉진 특별법을 제정, 퇴출 필요성이 제기된 법정관리.화의기업에 대해 채권단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으면 즉시 퇴출시킨다는 상시퇴출시스템을 법정관리.화의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채권단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되도록 퇴출 결정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법정관리.화의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법정관리·화의기업이 일정 요건에 미달할 경우 채권단이 단계별로 취해야 할 조치를 규정하고 △법정관리·화의기업이 주요 경영 정보를 채권단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며 △채권단이 기업의 사업계획 등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회사정리.화의계획의 수정 및 취소 신청 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